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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산슬’의 아버지, 트로트 가수 진성 “유산슬 작명비요? 그런 훌륭한 분과 같은 무대 서는 것으로 충분” [인터뷰]

방송인 유재석에게 ‘유산슬’이란 이름을 선사한 트로트 가수 진성이 지난 21일 부천체육관 공연을 앞두고 스포츠경향과 만났다. 유산슬 멘토로 활약중인 진성은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 박민규선임기자

지난 21일 트로트계 거장 세 명이 모여 여는 ‘빅쓰리 콘서트’가 열리던 경기도 부천실내체육관. 가수 강진, 김용임과 함께 대기실에서 무대를 준비하던 가수 진성의 입꼬리가 갑자기 쓱 올라간다. 그는 대뜸 “‘유산슬’이란 이름을 내가 만든 것 알고 있어?”라고 동료들에게 묻는다. “뭐야” “정말?”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2019년 가요계의 큰 트렌드 중 하나였던 ‘트로트의 부활’ 그리고 방송가에서 만든 히트상품 ‘유산슬’. 그 뒤에는 유산슬의 이름을 지어줌과 동시에 멘토로 활약한 진성이 있었다.

연말 그의 일정은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빅쓰리 콘서트’가 부천에 이어 여수로 이어지고 오는 27일에는 트로트 가수로서 성공의 지표로 여겨지는 서울 여의도 63빌딩 디너쇼도 예정돼 있다. 게다가 ’미스터트롯’의 촬영도 이어졌다. ‘놀면 뭐하니?-뽕포유(이하 놀면 뭐하니?)’로 인기를 끈 그였지만 그래서 시간이 잘 나지 않았다. 그의 환한 미소는 직접 공연을 준비하는 그의 대기실까지 찾아가야 볼 수 있었다. 어느 때보다 2019년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뼛속까지 ‘트로트꾼’이었다.

“‘빅쓰리 콘서트’는 올 초부터 계속 해오던 공연이었어요. 원래 저랑 김용임씨가 정규멤버고요. 처음에는 박현빈 군이 하다가 지금은 강진 형님이 오셨어요. 트로트 노래를 전문으로 하다보니 관객분들은 보통 50대가 넘으신 분들이 많아요. 어차피 트로트를 부르니까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 편해요. 고향 이웃집 형님, 동생, 누님들 같고요. 벌써 내년 공연도 20여개가 미리 잡혀있습니다.”

방송인 유재석에게 ‘유산슬’이란 이름을 선사한 트로트 가수 진성이 지난 21일 부천체육관 공연을 앞두고 스포츠경향과 만났다. 유산슬 멘토로 활약중인 진성은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 박민규선임기자

진성은 트로트의 부활 뿐 아니라 방송을 통한 인기도 한껏 누리고 있다. 그가 머무는 대기실에서는 5분이 멀다하고 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찾아와 그와 함께 한 사진을 찍어갔다. MBC ‘놀면 뭐하니?’가 그 시작이었다. 지난 9월 진성의 노래 ‘안동역에서’를 좋아한다고 말한 유재석의 발언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100일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유재석은 ‘유산슬’로 변신해 트로트 신인으로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그의 멘토를 자처한 진성의 인기도 더불어 올라갔다.

“유재석씨는 트로트를 안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 노래 ‘안동역에서’를 좋아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보고 저를 초빙해서 시작하는 게 됐죠. 저도 나가고 싶은 프로그램이었고요. 처음에는 선천적인 가수가 아니면 노래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저만 몰랐던 거죠. 꼭 트로트가 꺾고 느낌을 내는 것 외에도 이런 스타일도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결국 이렇게 인기 고공행진을 하게 됐네요.”

유재석의 또 다른 자아(?)가 된 ‘유산슬’은 진성의 작명이었다. 마침 진성이 좋아하는 중국요리가 유산슬이었다. 그는 유산슬에 막걸리를 곁들이는 상차림을 좋아한다. 나름 유산슬이 중국요리 중에서는 고가품이기 때문에 가수가 품위가 있고 ‘싼티’가 나지 않기 위해서는 유산슬이라는 이름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유산슬은 기자간담회에서 “진성 선생님에게 작명비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작명비는 아니더라도 연말연시에 꼭 찾아뵙고 인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수 진성(오른쪽)의 MBC 예능 ‘놀면 뭐하니?-뽕포유’ 출연 장면. 사진 MBC 방송화면 캡쳐
가수 진성의 MBC 예능 ‘놀면 뭐하니?-뽕포유’ 출연 장면. 사진 MBC 방송화면 캡쳐

“야유, 저야 유산슬씨 같은 훌륭한 분과 같은 무대에 서는 것 자체에 행복감을 느끼죠. 유산슬씨는 저랑 나이 차이가 좀 있으니까 사랑스러운 동생 같고요. 열심히 살고 착하시잖아요. 도덕성도 좋으시고…. 저는 그런 분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작명비요? 그냥 무대에 서는 것 자체로, 제가 만든 이름을 써주는 것 자체로 만족합니다.(웃음)”

그는 ‘놀면 뭐하니?’ 외에도 2020년인 다음 달부터 방송되는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한다. 심사위원 군단의 중심을 잡으면서 지원자들의 기본기를 깐깐하게 검증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하지만 신이 나면 심사위원석에서도 덩실덩실 춤을 추다 최근 녹화에서는 커피를 쏟아 한바탕 난리가 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미스터트롯’과 ‘놀면 뭐하니?’ 대한민국의 트로트 부흥을 이끄는 두 프로그램에는 진성의 이름이 있는 셈이다.

“송가인을 비롯해 어린친구들이 등장했고 현역으로 활동 중이신 분들도 부흥기를 맞고 있죠. 정말로 이번 기회를 통해서 트로트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반석에 올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물론 다른 장르의 노래도 좋아하지만, 트로트처럼 인생이 희로애락을 담은 노래는 없거든요. 적절한 후계자가 없이 맥이 끊기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에요.”

방송인 유재석에게 ‘유산슬’이란 이름을 선사한 트로트 가수 진성이 지난 21일 부천체육관 공연을 앞두고 스포츠경향과 만났다. 유산슬 멘토로 활약중인 진성은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 박민규선임기자

1997년 ‘님의 등불’로 데뷔한 그는 오랜시간 동안 무명시기를 거쳤다. 자신의 앨범을 내다내다 못해 다른 가수의 앨범을 이어 부르는 ‘메들리 가수’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2008년 지금도 유명한 ‘안동역에서’를 낸 그는 2017년 ‘보릿고개’로 한창 활동을 하던 중 림프종 혈액암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심장병과 함께 병마와 싸우는 고통스러운 과정 끝에 얻어낸 건강이었기에 지금은 매순간 무대가 소중하다. 그는 투병 이후 아예 식습관 자체를 바꿨고 지금도 경기도 고양시의 텃밭에서 운동 겸 정서 함양을 위해 각종 채소를 길러 먹는다.

“지금도 트로트 가수를 하고 있다는 걸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정말 트로트에는 인생이 담겨있고, 진정한 사랑과 눈물이 배어있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실제 그런 시절을 겪어서 그런지 노래에 그런 감정이 더 잘 배어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주신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내년 봄에 신곡을 준비하고 있고요. 방송활동도 불러주신다면 더욱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단순히 ‘놀면 뭐하니?’의 인기로 그의 인기가 같이 올랐다고 생각하기엔 그가 지금까지 다져온 트로트 인생이 너무나 절절했다. 진짜 고통과 눈물을 알고 있었기에 그가 지금 짓는 미소는 더욱 환할지 모른다. 이제 그 노력은 63빌딩 디너쇼를 메울 만큼의 대중이 주는 사랑으로 변모했다. ‘태클을 걸지마’ ‘안동역에서’로 시작됐던 그의 음악여정이 ‘고향’과 ‘보릿고개’를 부르던 험난한 시절을 거쳐 지금 딱 찬란한 평야를 만났다. 대중의 사랑 속으로 거침없이 달려가는 그의 미소도 지금이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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