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방송 시대를 열었던 아프리카TV가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됐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인터넷 개인방송의 불법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한 결과 총 16건을 적발해 91명을 검거(4명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방송 중 도박사이트를 홍보하거나 시청자로부터 돈을 받아 대리 도박을 하는 사이버도박이 49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별풍선깡’을 비롯한 신종 사이버 범죄를 저지른 30명이 대거 검거되면서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아프리카TV 내 화폐 수단인 별풍선은 시청자가 개인방송에 선물하는 후원 시스템이다. 시청자는 아프리카TV 내에서 결제한 뒤 원하는 BJ에게 별풍선을 선물할 수 있다. BJ는 시청자로부터 받은 별풍선을 일정의 수수료를 아프리카TV에 지급한 뒤 현금화할 수 있다.
아프리카TV의 스타급 BJ가 억대의 연봉을 받고 선정적 방송으로 채워지자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과도한 별풍선 지급이 선정·퇴폐 방송을 유도하고 다른 파생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한 시청자가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BJ찬에게 회삿돈 총 4억2000만원을 횡령해 이 중 1억 7000만원을 BJ찬에게 별풍선 형태로 선물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같은 비판에 직면하자 아프리카TV는 2018년 6월 하루 충전한도를 100만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우회·대리 결제’ 사이트가 등장하면서 이 또한 무용지물이 됐다.
BJ핵찌는 지난해 7월 진행한 한 방송에서면 별풍선 120만개를 받으며 신기록을 세웠다. 현금으로 환산하면 무려 1억2000만원에 달한다. 이 액수는 한 시청자의 지갑에서만 나왔다.
지난해 8월에는 BJ양팡에게 3400만원 상당의 별풍선을 보낸 한 시청자가 만남을 신청할 수 있는 ‘소원권’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강에 투신을 시도한 사건도 일어났다.
크레용팝 출신 엘린은 지난해 11월 총 10억원 가량의 별풍선을 받고 로맨스스캠(온라인상에서 호감을 표시하고 각종 이유로 금전을 뜯어내는 사기)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와 개인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문제는 이러한 우회 결제 사이트로 인한 ‘별풍선깡’이 탈세와 자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BJ들 역시 고액의 별풍선을 지급 받을 경우 소득세·원천징수가 공제된 액수보다 우회 사이트와의 뒷거래가 더 이득인 점을 노린다. 거액의 별풍선 지급이 화제가 될 때마다 이러한 의혹도 함께 따라다니는 이유다.
아프리카TV 내에서 이뤄지는 각종 범죄뿐 아니라 BJ가 직접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빈번하다.
BJ찬은 지난 6월 자신의 연인이었던 ㄱ씨를 구타한 혐의를 받았지만 잠적한 뒤 지난달 3일 시민의 제보로 체포됐다. BJ찬은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2018년 8월 구속수감됐고 집행유예형을 받기도 했다.
아프리카TV 간판스타 BJ철구는 군 복무 중 해외원정도박을 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BJ철구는 지난해 12월 아프리카TV 결산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경찰은 개인 방송 진행자가 방송 출연을 미끼로 출연자를 성폭행하거나 방송을 하면서 출연자를 불법 촬영하는 등 성범죄가 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단속 기간 이후에도 지방청 사이버수사대를 중심으로 개인방송 내 불법 행위를 지속적으로 단속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이뤄지는 불법행위를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