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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현장] 자신 품어준 동의대에 한 턱 쏜 노경은 “밥 한번으로 안 끝낸다”

롯데 노경은(오른쪽)이 자신이 몸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준 동의대학교 를 찾아 선수단에게 ‘한 턱’ 쐈다. 정보명 동의대 감독(오른쪽에서 두번째부터), 정대현 코치, 박승완 코치와 콜라로 건배를 하고 있다. 부산 | 김하진 기자

“잘 먹었습니다!”

2일 부산 모처의 한 고깃집에서 롯데 노경은(36)을 향한 부산 동의대학교 야구 선수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노경은은 품 속에서 호쾌하게 카드를 꺼내 계산을 했다.

새해를 맞아 노경은이 동의대에 은혜를 갚으러 왔다.

롯데 노경은이 정보명 동의대 감독(오른쪽)과 정대현 코치(왼쪽)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 | 김하진 기자

노경은은 지난 1년간 무적의 신세였다. 2018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던 노경은은 2019년 1월말 구단과 조건과 관련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멕시코리그, 메이저리그 등을 두들겼지만 새 둥지를 찾지 못했다. 이후로 실전 경기에 오르지 못한 채 한국에서 몸을 만드는 데에만 열중하며 한 시즌을 그냥 보냈다. 그리고 다시 기회를 얻었다. 지난해 11월 롯데와 계약기간 2년 총액 11억원에 도장을 찍으며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 길을 열었다.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노경은이 롯데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던 것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몸을 만들어 둔 덕분이다. 롯데와 협상 결렬 후 마땅히 훈련할 곳이 없던 노경은은 정보명 동의대 감독과 정대현 코치의 도움으로 동의대학교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노경은은 “동의대에서 훈련을 한 덕분에 시간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여유있게 준비할 수 있었다. 대학 선수들이 수업을 마치는 타이밍에 맞춰서 나도 워밍업을 하고 캐치볼을 하고 롱 토스가 필요한 날은 선수와 함께 하면서 일정을 소화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특히 같은 투수 출신인 정 코치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 노경은은 “몸을 어떻게 만들어야하는지 로테이션을 어떻게 다녀야하는지 잘 아니까 라이브피칭이나 실전피칭도 다 챙겨주셨다”고 했다. 정보명 감독에 대해서도 “내가 이렇게 일정을 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고 했다.

롯데 노경은(왼쪽)이 동의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부산 | 김하진 기자

덕분에 노경은은 실전 감각을 최대한 지켜낼 수 있었다. 최근 합류한 호주 질롱코리아에서도 무난한 실전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첫 등판인 11월21일 시드니와의 개막전에서 406일만에 정식 경기 마운드에 올라 4.1이닝 1실점으로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른 것을 포함해 총 5경기에서 27.2이닝을 소화하며 2승2패 평균자책 4.55를 기록했다. 최고 구속도 150㎞까지 끌어올리며 선발 자원으로 손색없음을 증명했다. 자신감을 가지고 지난달 22일 귀국한 노경은은 고마움을 잊지 않고 동의대를 찾아 ‘한 턱’쏘기로 했다.

노경은은 “밥을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올해든 내년이든 상황이 좋아지면 자주 인사 드리고 싶다. 오늘도 카드 한도 초과만 나오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근 30명의 동의대 야구 선수들은 노경은 덕분에 모처럼 포식을 했다. 테이블마다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운동 선수들답게 부지런하게 고기를 먹었다. 쉬지 않고 추가 주문 소리가 울려퍼졌다.

롯데 노경은이 계산서를 들고 환히 웃고 있다. 부산 | 김하진 기자

정보명 감독과 정대현 코치도 모처럼 웃으면서 식사를 했다. 정 감독은 “딸을 시집보낸 것 같다”며 노경은이 다시 롯데에게 뛰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노경은도 “저는 다시는 150㎞를 던질 수 없을 줄 알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노경은은 선수단에게도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나도 너희들도 좋은 성적을 내보자”는 큰 소리로 새해 인사를 했다. 곧바로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이날 노경은이 계산한 고깃값은 80여 만원. 노경은은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는 “아프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이닝이터의 역할을 하고 싶다”며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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