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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초점] “차라리 실명을 공개하라”…‘그알’ 음원 사재기 편, 명확한 실체없어 갈등만 재현

지난 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음원 사재기 편 방송화면. 사진 SBS 방송화면 캡쳐

가요계 음원 사재기와 관련한 의혹에 더욱 짙은 안개가 드리웠다. 지난 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 방송 이후 수면 위로 문제가 불거지면 해결책도 보일 줄 알았지만, 혼란만 가중된 모양새다.

지난 4일 ‘그알’은 ‘조작된 세계-음원 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 편을 방송하고 가요계에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음원차트 조작 의혹을 파헤쳤다. 2018년 닐로, 숀, 장덕철 등의 아티스트들에게 처음 제기됐던 이러한 의혹은 지난해 그룹 블락비의 멤버 박경이 뮤지션들의 실명이 거론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남기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당시에도 관련 아티스트들은 법적대응을 천명하고 박경 측의 사과를 요구했다.

4일 ‘그알’ 측이 방송을 예고하자 가요 관계자들과 시청자들은 제대로 된 진실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그 기대의 일부는 해결됐다. 방송 이후 바이럴 마케팅 담당자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의혹을 받고 있거나 사재기 제안을 받았던 가수들의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음원 사재기 방법 등이 재현되며 궁금증의 일부가 풀리긴 했지만 제작진이 예상하지 못한 역풍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4일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 사재기 의혹을 거듭 부인하고 있는 그룹 바이브. 사진 경향DB

4일 방송이 끝나자 일부 누리꾼들은 방송에 등장했던 모자이크나 비실명 처리된 뮤지션들에 대해 방송에 등장했던 다양한 단서를 가지고 추리를 시작했다. 결국 명의가 도용된 누리꾼의 이야기에 거명된 의혹 가수가 그룹 뉴이스트W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가 결백과 함께 ‘그알’ 제작진의 사과를 요청하는 입장을 냈다.

5일 밤과 6일 오전에는 그룹 바이브의 소속사인 메이저나인과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엔터테인먼트가 해명 자료를 내며 반박에 나섰다. 메이저나인 측은 5일 “‘그알’ 측에 311페이지에 이르는 자료를 보여주며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한 해명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방송에 해명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오히려 사재기 업자를 통해 사재기를 진행했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게 편집됐다”고 주장했다. 바이브의 멤버 윤민수 역시 6일 SNS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닐로, 장덕철의 소속사 리메즈 역시 “깊은 유감을 넘어 죽고싶을 만큼 참담함을 느낀다”며 “실체 없는 의혹제기로 끝난 방송 이후 더욱 심각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와 연관성이 없다면 강력하게 정정보도를 요청드린다”며 “음원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검찰과 경찰을 비롯한 모든 수사기관에 우리부터 수사해주시기를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 사재기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리메즈엔터테인먼트의 가수 닐로(왼쪽)와 장덕철. 사진 경향DB

‘그알’의 방송 이후 일부 대중의 의심은 확신이 되고 있지만 방송 역시 ‘실체’는 없었다.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들 측에서는 “차라리 실명과 곡을 공개해 진실규명에 앞장서 달라”고 ‘그알’ 측에 호소했지만 제작진은 그럴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알’ 측은 “관련 가수들의 실명이나 곡은 공개할 수 없다. 수사기관에서 원한다면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알’에서는 ‘명확한’ 의심을 주장했지만 실체를 결국 공개하지 않아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마치 박경의 폭로 이후 벌어진 상황과 유사하다. 방송 이후 아이유, 솔비, 선미 등의 가수들이 관련 방송 프로그램의 캡쳐 등을 SNS에 올리며 ‘사재기’를 부정하는 언급에 나서 화제성을 높이긴 했지만, 해결 국면은 여전히 요원하다.

관건은 수사기관의 움직임인데 지난해 박경의 게시글 이후 이어진 고소사태로 경찰 수사 중인 사안이다. 현재는 박경 측을 비롯한 고소인과 피고소인들의 참고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단시일 내 결론은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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