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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하의 러브월드] 2020년, 성인용품과 일본 AV 동향② 모자이크

일본 AV 업계는 모자이크의 환상을 판다. 모자이크 뒤편에 가려진 모습을 상상하고 그것을 구할 수 있다는 기대는 성인물을 즐기는 사람에게 내려오는 일종의 전통과 같다.

이런 환상은 일본 법을 교묘히 피해가거나 위반한 ‘노 모자이크(No Mosaic)’ 제작사, 무수정(無修正)본 유출 등을 통해 채워졌다. 여기에 점점 연하게 표현되는 모자이크 기술의 진보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성인 잡지의 전성시대는 물론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모자이크의 크기와 굵기는 작아졌다. 혼방(本番)이라 부르는 실제 삽입 장면에 대한 신뢰를 만들었고 성인 업계를 지탱하는 수단이 됐다.

그사이 도쿄핫(東京熱) 등 미국에 서버를 둔 ‘노 모자이크’ 레이블의 인기가 미국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일본의 모자이크 환상, 그 환상을 완벽히 채워주는 무수정본 영상은 2000년대 들어 일본이 성인물의 본산으로 올라간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다.

지금은 다르다. 해외에 서버를 둔 레이블에는 일본 법이 나설 수 없다는 세간의 인식이 깨졌다. 미국 FBI의 협조 아래 도쿄핫이 붕괴했다. 끝이 아니었다. 일본 국내에 판매 및 배포되지 않는 해외판 무수정 제작사에 대한 수사도 시작됐다.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의 이미지 쇄신 분위기, 여배우 인권 문제 등이 불거진 것이 배경이다. 도쿄는 물론 오사카, 요코하마, 나고야 등 주요 도시에 자리 잡고 있던 제작사. 무수정 영상 촬영자 등이 대거 체포됐다.

무수정 업체에 대한 단속은 물론 모자이크의 수준 역시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모자이크를 서서히 옅게 한다’라는 기존의 일본 성인물 기조가 바뀐다. 이는 2020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성인용품 업계의 분위기도 삼엄하다. AV업계보다 느슨한 규제로 제품 겉표지의 모델 사진, 일러스트에 보다 자극적인 이미지를 싣고 있던 시장에 불안함이 돈다. 이미 몇몇 업체는 제품의 겉표지에 모자이크나 가리개를 삽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여성 인권의 신장과 성에 대한 인식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텐가, 맨즈맥스 등 소수 업체만 갖고 있던 ‘캐주얼한 성인용품’의 유행이 퍼진다. 음란함과 외설을 없앤 성인용품을 판다는, 과거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된다.

성인용품의 양지화, 성인물의 대중화, 성인 업계 이미지 쇄신의 흐름에 이러한 규제와 변화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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