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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콘썰리뷰] ‘행복한 가수’ 에일리 전국투어, 가수의 기본을 다시 생각하다

가수 에일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필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전국투어 콘서트 ‘아이 엠:리-본(I AM:RE-BORN)’ 서울 공연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 로켓쓰리엔터테인먼트

새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듯 도전은 항상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의외로 거창한 계획보다는 하루하루 꼭 해야 할 일들을 실천하는 ‘기본’이 가장 필요하다.

가수가 하는 콘서트도 비슷하다. 콘서트에는 가수 말고도 화려한 무대와 조명 그리고 각종 특수효과, 심지어는 합창단이나 악단, 백댄서 등 대규모 조력자들이 등장하는데 콘서트에서 감동을 받는 일은 그 주인공인 가수의 노래실력 때문인 경우가 많다. 가수 에일리의 콘서트도 그러했다. 그의 말처럼 ‘타인의 눈에 비치는 미의 기준이 아닌, 스스로 행복한 노래를 하는 가수’만이 보여줄 수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을 보였다.

에일리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필동 장충체육관에서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연 전국투어 콘서트 ‘아이 엠:리-본(I AM:RE-BORN)’의 서울공연을 열었다. 이 투어는 에일리가 2012년 데뷔 후 한 여섯 번째 투어 콘서트이며, 데뷔부터 소속됐던 YMC엔터테인먼트를 나와 설립한 로켓쓰리엔터테인먼트에서 연 첫 번째 투어 콘서트다. 그는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해 ‘재탄생’의 의미를 가진 ‘리-본’을 콘서트의 제목으로 삼았다.

콘서트의 명성은 이미 지난달 7일 열린 인천 공연서부터 입소문으로 번지고 있었다. 광주, 수원, 대구, 성남, 대전, 부산을 돈 공연은 추가 일정으로 서울을 잡았으며 이날 네 개 도시의 추가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추가된 공연이라 여유가 많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공연장 장충체육관도 만석이었다. 그는 대기실에서 등장해 무대까지 가는 복도에서 재치있는 군무를 보이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가수 에일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필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전국투어 콘서트 ‘아이 엠:리-본(I AM:RE-BORN)’ 서울 공연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 로켓쓰리엔터테인먼트

에일리의 목소리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시원했다. 그야말로 ‘사이다 가창력’의 진수를 보였다. 초반에는 ‘손대지마’ ‘헤븐(HEAVEN)’ ‘너나 잘해’ ‘노래가 늘었어’ 등 박진감 넘치는 트랙들이 등장했고 공연 중반에는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그저 바라본다’ ‘이프 유(If You)’ 등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과 앨범에 등장한 발라드곡이 이어졌다. 에일리의 장르는 힙합이었다가 댄스였다가 EDM으로 변하고 어떨 때는 발라드로 감성을 더하다 재즈의 느낌으로 넘어갔지만 몸 전체를 이용하는 그의 풍성한 발성은 어느 상황에서도 힘을 잃지 않았다.

특히 장르를 가리지 않는 그의 몸놀림에도 눈길이 갔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처럼 풍부한 발성과 감성을 지닌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처럼 날렵한 안무를 할 수 있는 가수가 얼마나 있었던가. 누구를 떠올려도 춤과 노래를 모두 갖춘 이를 찾긴 쉽지 않다. 하지만 에일리는 노래로도 좌중을 압도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공연의 한 단락을 전부 춤으로만 채울 수 있는 ‘퍼포머(Performer)’이기도 했다.

그가 무대를 가지고 노는 능력은 더욱 일취월장해 팬들에게 즉석에서 부탁을 받아 휘트니 휴스턴의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와 이디나 멘젤의 ‘인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 부르는 팬 서비스를 했다. 플라이투더스카이와 배치기가 등장한 초대손님의 시간에서도 한 곡씩 꼭 함께 나와 “관객들을 모두 ‘게임 오버’ 시켜 달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금붕어’라는 별명답게 자신의 노래임에도 기억을 하지 못해 프롬프터를 보며 한창 망설이는 모습이나, 팬들이 준비한 8주년 기념 케이크를 갑자기 받아 눈물이 터지는 모습에서는 인간미가 느껴졌다.

가수 에일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필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전국투어 콘서트 ‘아이 엠:리-본(I AM:RE-BORN)’ 서울 공연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 로켓쓰리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에일리의 진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은 초반 그가 최근 앨범 ‘버터플라이’의 수록곡 ‘에인 댓 프리티(Ain’t That Pretty)’를 부르기 전에 했던 말이었다. 2012년 데뷔할 당시 에일리는 50㎏의 몸무게였지만 “부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후 노래를 잘 하고 싶어 몸을 증량하기도 했지만 그에게는 항상 다이어트 요청이나 “살이 왜 이렇게 쪘냐. 은퇴할 거냐”는 말이 따라다녔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시기 끝에 그가 깨달은 것은 타인이 강요하는 미의 기준을 따르며 불행하게 노래하는 일보다는 스스로 기준을 만들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노래를 부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노래를 위해 스스로를 지우는 모습 앞에서 화려한 무대나 특수효과, 조명 등의 존재는 어느새 사라지고 있었다.

가수는 하나지만 나오는 곡의 성격에 따라 스스로를 카멜레온처럼 바꾸고, 하이라이트에서는 여지없이 터져주는 힘 있는 목소리는 세 시간에 가까운 콘서트 러닝타임도 잊게 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8년의 가수경력을 6번의 투어로 메울 만큼 라이브 무대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점도 이제 막 서른둘이 된 에일리의 밝은 미래를 예견하게 하는 요소다. 그는 이날 객석에서 그를 흐뭇하게 지켜봤던 선배 가수 인순이처럼, 나이가 들어도 자신만의 인장을 무대에 콱콱 찍으며 무대를 수놓을 그런 ‘디바’가 되기 충분해 보였다.

가수는 노래를 잘 해야 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에일리의 무대는 그 단순한 진리를 일깨운 경험이었다.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다짐도 그래야 하지 않나 싶다.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야 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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