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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열사 아버지 일기 첫 공개 “잘 가라, 잘 있거라 철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박종철 열사 33주기를 맞아 박 열사 아버지인 고 박정기씨가 아들의 사망 이후 20년간 써 내려온 일기장 일부가 최초로 공개됐다.

일기장은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 열사에 대한 단편적인 사실들과 민주항쟁 이후 20년의 역사를 담고 있어 사료로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하 사업회)는 박 열사 33주기를 하루 앞둔 13일 유족들이 기증한 박 씨의 일기 원문 가운데 일부인 ‘막내 제1주기를 기해 보내는 글’을 공개했다.

공개된 부분은 1988년 박 열사 1주기 당시 부산대에서 진행한 추모제를 위해 아버지 박정기씨가 작성한 추도사다.

박 씨는 “어머니 누나는 서울 형님 형수 집에 있고 아버지는 혼자 한없는 감홰 톳보기(안경) 속으로 눈물을 닦고 닦았으나 지면이 다 젖었구나. 잘 가라, 잘 있거라 철아”라며 먼저 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썼다.

또 “지금도 차디찬 감방에서 동기들이 무서운 용기로 투쟁을 하고 있구나. 먼저 간 친구, 선배, 후배, 형들에게 이 아버지 말 전해다오. 모두 걱정 말라고, 우리 아버지까지 민주운동 자신 있다고 하는데 걱정 말라고”라며 다른 민주 열사들을 기리는 말도 쓰였다.

박정기씨는 아들 죽음 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에 참가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다 2018년 7월 세상을 떠났다.

사업회는 박씨 별세 1주년인 지난해 7월 유족들로부터 박 씨의 일기장과 그가 자서전 준비를 위해 쓴 회고담 등 모두 14권을 전달받아 문서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박정기씨 별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청천벽력 같은 아들의 비보를 듣는 순간부터 아버님은 아들을 대신해, 때로는 아들 이상으로 민주주의자로 사셨다”며 “박종철은 민주주의의 영원한 불꽃으로 기억될 것이고, 아버님 또한 깊은 족적을 남기셨다”고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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