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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건아 이어 박지수도 고통 호소…SNS테러에 신음하는 농구코트

박지수. 경향DB

한국 남녀 농구대표팀 기둥 센터가 악성 댓글과 메시지에 신음하고 있다. 라건아(KCC)가 최근 인종 차별 메시지를 받는 데 대한 심경을 토로한 데 이어 이번엔 박지수(KB)가 팬들의 비난에 고통을 호소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격정을 토로했다. 일부 팬들이 온라인을 통한 무차별적인 비난에 농구 선수들이 몸살을 앓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팬들의 자정과 함께 구단과 연맹 등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지수는 20일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와의 경기를 마친 뒤 자신의 SNS에 힘겨운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박지수는 이 경기에서 15점·13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팀의 62-45 완승을 이끌었다. 경기 내내 상대 외국인 선수를 막으며 고군분투했던 박지수는 경기 후 힘든 표정을 지었다. 공식 인터뷰에서 “표정 관리를 하려 노력했고 참고 참았다”면서 “그러다 너무하다고 느낀 게 있었는데 파울을 불러주시지 않아 속상했다”고 판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박지수는 몇 시간 뒤 SNS에 심경을 고백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조금 억울해도 항의 안 하려고 노력 중인데 ‘표정이 왜 저러냐’거나 ‘무슨 일 있냐’ ‘싸가지가 없다’ 등 매번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 귀에 안 들어올 것 같으셨나요”라는 글을 올렸다. 박지수는 “어릴 때부터 표정 얘기를 많이 들어서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 중”이라며 “몸싸움이 이렇게 심한 리그에서 어떻게 웃으면서 뛸 수 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전쟁에서 웃으면서 총 쏘는 사람이 있나요”라며 “매번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시즌 초엔 우울증 초기까지도 갔었다. 정말 너무 힘드네요.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진짜 그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지수는 글을 올리게 된 결정적인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지속적으로 이어진 비난이 이날 경기 후 여러 통로를 통해 심하게 들어오자 감정이 북받친 것으로 보인다. KB 김병천 사무국장은 “박지수가 그동안 악성 비방 글은 물론 외모 등을 비하하는 글에 시달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어제 경기는 여러모로 힘들게 치렀는데 그런 상황에서 다시 지인이나 SNS 등을 통해 비난의 목소리를 접하면서 격앙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에 따르면 박지수는 21일 오전 다시 마음의 평정을 찾고 올림픽 예선을 준비하는 농구대표팀 훈련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그동안 구단 차원에서 멘털 상담 등을 통해 선수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려고 노력했는데 앞으로 더 면밀히 상황을 체크해보고 선수의 어려움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KB 안덕수 감독도 스포츠경향과 통화에서 “지수는 어려서부터 팬들의 많은 기대 속에 WNBA도 다녀오고 쉴틈없이 달려왔는데 일부 안좋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힘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남자 프로농구에서는 라건아와 브랜든 브라운(KGC)이 팬들로부터 인종 차별 메시지를 받은 사실을 토로하며 외국인 선수들의 고충이 알려졌다. 이번에는 여자농구 간판인 박지수도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농구 선수들의 SNS가 팬과의 소통이라는 순기능 못지 않게 큰 부작용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팬이 선수의 SNS를 통해 직접 은밀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되면서 선수가 무분별한 비난과 희롱 등에 시달리는 문제가 크게 불거지고 있다.

또 다른 여자농구 관계자는 “남자 농구의 경우 인종 차별로 인한 공격이 많았다면 여자 농구는 외모 등을 비하하는 성희롱성 악성 메시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리그 차원의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NS를 통한 선수에 대한 공격은 물론 농구 기사와 영상 등에 달리는 댓글에도 여전히 인종 차별과 인격적으로 비하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일부 농구 전문가들은 농구 선수들이 최근 이런 비난의 글을 받는 상황에 대해 다른 시선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진정한 팬이라기 보다는 일부 스포츠 복권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분풀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팬들이 경기장에서 폭력적인 행위나 욕설과 비난 등을 하면 제재받을 수 있지만 익명의 온라인 공간에서의 일탈은 규제가 쉽지 않다. 팬들의 의식 제고와 함께 온라인 상에서의 선수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장치 마련이 숙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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