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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X기획] 사랑한 죄?…‘아이돌 결혼’ 어떻게 봐야 할까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SM타운 코엑스아티움 앞에서 그룹 엑소의 팬클럽 회원들이 최근 결혼과 임신을 발표한 멤버 첸의 팀 퇴출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경향DB

“신화는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그룹 신화의 김동완이 콘서트장에 모인 팬들에게 자주 언급하는 말이다. 그의 말이 명언처럼 들리는 요즘이다. 엑소의 멤버 첸이 결혼과 2세 소식을 동시에 발표해 세간을 깜짝 놀라게했다. 아이돌그룹 멤버의 열애는 왕왕 일어나 익숙한 요즘이지만 인기 최정상의 20대 현역 아이돌의 결혼 소식은 우리에게 또다른 화두를 던져준다.

아이돌의 사생활은 늘 ‘뜨거운 감자’로 당사자도, 소속사도, 그들을 사랑했던 팬들도 각자 갈 지(之)자를 그릴 뿐 정해진 매뉴얼이나 상식선은 없다. 그래서 더 요란한다. 첸에게 누군가는 ‘팀을 탈퇴하라’ 강경한 주장을 고수하고 있고 누군가는 ‘아이돌 멤버도 사람, 응원하겠다’는 입장을 전하며 대립각을 세운다.

‘아이돌 결혼’ 각 분야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팬들 ‘감정 분리’하고 있다”

문화사회연구소 김성윤은 “아이돌 ‘유사연애’ 감정은 K팝 발전의 근원이 됐지만 ‘스타의 사생활 존중’ 의식도 함께 발전했고 향후 방향성이 잡혀갈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그는 “K팝도 시장성으로 따지자면 비주얼이 되는 이미지부터 감정적인 행동, 발언, 몸짓들이 ‘유사 연애’로 상품화된다. 그것이 K팝 발전의 근원이다. ‘유사 연애’ 비즈니스라는 자극이 없었다면 이렇게 발전하지 못 했을 것이다. 반면 아이돌史 10년 동안 팬들의 정체성은 자리를 잡아왔고 지난 5년 사이 팬덤의 결도 달라졌다. 아이돌 마니아들의 의식은 다양화됐고 과거에 비해 자유로운 ‘감정 분리’ 또한 또 하나의 패턴으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첸의 결혼 또한 지지하며 엑소에 남아있길 바라는 팬들의 입장이 그것이다. 그는 “물론 팬들이 투자했던 금전적, 시간적, 감정적 실천들로 인한 극단적인 비난이 있을 수 있고 이런 것들은 일반 대중과 언론이 원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확대 양산을 막는 것이 팬덤 문화의 건강한 방향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돌 사랑, 자선활동 아니다”

연예기획자 심영규도 “‘첸의 결혼’ 소식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트렌드를 바꿀 중요한 요소”라고 평하지만 좀더 강경한 입장이다.

그는 “아이돌을 소비 콘텐츠로 보는가, 한 인격체로 보는가의 문제인데 이건 팬들이 판단할 문제다. 대부분의 팬들은 자선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아이돌 판타지로 만족감을 느끼고 지갑을 연다. 콘텐츠를 구입했는데 판타지 충족이 안 됐다면 당연히 ‘애프터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냈다.

그가 언급한 ‘애프터 서비스’는 소속사 차원의 ‘사과와 대처방안’이라는 의미가 내포돼있다. 그는 “첸의 경우, 소속사 차원의 정중한 사과가 필요했다. 남녀사이도 결국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알고 있냐’가 주된 쟁점인데 소속사가 그 지점을 짚어주지 못했다. 알면서도 외면하거나 애시당초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두 가지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심영규 기획자는 팬덤문화 속에는 ‘육성’의 개념도 내포돼있어 그들의 주인의식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연습생부터 응원하고 데뷔 기념일을 챙겨주는 팬들도 있다. 이들은 ‘내가 스타를 육성한다’는 프라이드를 즐기는 이들이다. 40~50대가 되어 함께할 충성도 높은 팬들이다. 모든 것을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은 기획사가 아닌 ‘소비자’ 즉 팬들”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개념 정립 되는 과도기 중”

대중음악 전문가 강태규는 ‘첸의 결혼’을 아이돌 역사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 평했다. 그는 “과거 스타에게 연애와 결혼은 무조건 터부시되는 일이었다. 숨기고 속여야 했다. 석연치 않고 개운하지 않은 일들이다. 외부의 영향으로 개인사적 결정을 떳떳하게 할 수 없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아이돌 산업은 늘 같은 패턴의 긴강감을 갖고 걸어왔다. 결국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첸의 경우들이 하나 둘 나오면서 산업에 대한 이해와 아이돌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소비를 한 주체라면 그 대상이 비도덕, 비윤리적으로 문제가 됐을 때 지탄은 할 수 있지만 개인이 잃을 것들을 감수하고 정당한 결정을 하는 것에 대한 비난은 멈췄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며 개인적 당부로 의견을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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