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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X기획] 패스트푸드로 차례상을 차려봤습니다

그래픽=이희진 기자

매년 그랬듯 올해도 여러 기관에서 발표한 차례상 차림 비용을 기사로 옮겼다. 올해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 기준으로는 22~23만원, 대형유통업체 31~32만원 정도라는 내용이다.

명절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기사. 하지만 기관들의 자료에 포함된 차례상 그림을 보다 문득 ‘어! 이건 제사상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인터넷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올 차례상 관련 기사는 대부분 기일 제사상을 바탕으로 수 십가지 음식과 과일 등을 올리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성균관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듣게 된 맹강현 성균관 의례부장님의 말씀, “기제사와 차례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조상이 돌아가신 날을 기리며, 격식을 갖춰 올리는 것이 바로 제사다. 이 때 올리는 제삿상을 차례상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의례부장님의 말을 종합해보면, 차례는 ‘후손들이 모여 즐기는 잔치날 조상께 존경과 감사의 의미를 담아 한 상을 올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전 부터 며느리들이 몇 시간을 쪼그리고 앉아 전을 부치는 일 없이,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온갖 신경전을 치르는 일도 없이 쉽게 마련할 수 있는 간편한 음식들을 차례상에 올리면 어떨까.

맹강현 의례부장은 “전통 의례와 어긋나는 것이 맞다. 다만, 조상께서 좋아하셨던 음식이라면 관계없다. 커피를 즐기셨다면 커피를, 경우야 희박하겠지만 햄버거를 좋아하셨다면 햄버거를 올리는 것 또한 맞다. 기제사를 비롯해 차례 역시 돌아가신 분들을 뵙는 것이다. 그 분을 존중하는 의미로 식사와 차를 올린다는 본의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차려봤다. 상에 올려 조상께 대접하는 것은 물론, 의례 뒤 후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장 ‘빠른’ 음식. ‘정성’을 가득 담은 패스트푸드 차례상이다.

먼저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적과 전은 피자로 대신했다.

전 중에 가장 럭셔리 한 전, 육전은 풍부한 육향이 특징인 도미노피자의 미트미트미트피자가 어울린다. 비프 스테이크와 BBQ 포크, 불고기가 가득 담긴 이 피자는 고기의 매력을 푸짐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인 제품이다. 글로벌 브랜드지만 원료는 대부분 국산이다.

물론 의례부장께서도 ‘원산지에 대한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지만, 형평껏 정성을 담는다면 안될 이유는 없다’고 했다. 피자가 부담스럽다면,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노브랜드버거의 ‘그릴드 불고기 버거’도 답 중에 하나. 그래도 브랜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에게는 ‘어머니의 손길’ 맘스터치의 ‘불고기 버거’를 추천한다.

어동육서라 했다. 불고기 피자의 동쪽에는 피자헛의 쉬림프 올인 피자가 어떨까. 풍부한 새우의 식감과 맛의 풍미를 더욱 높여주는 로제소스, 여기에 치즈3종이고소함을 배가시킵니다. 육전과 어전을 한 번에 즐기고 싶다면? ‘티본스테이크&쉬림프피자’와 같은 반반 피자도 한 방법이다.

차례상에 흔히 올리는 음식 중 통째로 삶아낸 닭 위에 달걀 지단을 얹는 ‘계적’이라는 메뉴가 있다. 충청도 지역에서는 특히 꼭 내는 음식 중 하나인데, 원래는 꿩고기를 올렸는데 여의치 않자 닭고기로 대신한 게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적은 쉽게 치킨으로 대신할 수 있다. 특히 교촌치킨의 허니콤보는 날개+다리로 구성된 부분육 메뉴로, 지난해에만 910만개가 넘게 팔린 대표 치킨 메뉴 중 하나, 교촌치킨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2년간 설 연휴 기간 가장 많이 팔린 메뉴로 집계된 바 있다.

기본이 되는 밥은 역시 라이스버거가 제격. 당시 놀랍도록 ‘파격적’이었던 롯데리아의 라이스버거는 국내산 쌀을 사용한 번스와 불고기 패티로 구성한 제품으로, 지난 1999년 출시해 큰 인기를 얻은 밥 버거의 원조다. 당시 국내 쌀 소비 촉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야채라이스 불고기버거를 재 출시했다.

함께 올리는 식혜 역시 쌀이 주인만큼, 우리 쌀로 만든 음료를 찾아야 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바로 스타벅스의 ‘이천 햅쌀 라떼’다. 지난해 1월 출시된 이 제품은 스타벅스코리아가 한국의 전통적인 쌀을 대중적인 음료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디저트로 올리게 되는 매실차는 매머드커피가 내 놓은 ‘지리산 청매실티’가 제격. 이름부터 ‘신토불이’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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