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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정남 “사고 한 번 안 치고 산 건, 외할머니 덕분이죠”

배우 배정남,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배우 배정남에겐 ‘반전’이 있다. 모델로서 화려한 삶을 살았을 것 같지만 해 안 드는 방에서 몇 해를 보냈고, 평소에도 카리스마 넘칠 것 같지만 오히려 개그와 사랑스러운 면이 넘친다.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어요. 누구보다도 사랑을 많이 받았고, 외할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잘 커야한다고 생각했고요. 사고 한 번 안 치고 살 수 있었던 건,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효도였으니까요. 지금 계시면 얼마나 좋아할까 아쉽긴 합니다만.”

‘훌륭하진 못해도 바르게 살자’가 그의 인생관이다. 그 덕분인지 주변엔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영화 ‘미스터주: 사라진 VIP’(이하 ‘미스터주’)서 호흡을 맞춘 이성민도 그 중 하나다.

“진짜 고마운 사람이죠. 감사하고 든든하고. 이 형을 만나면서 제 인생이 많이 바뀌었어요. 좋은 말, 쓴소리를 해주는 인생 대선배잖아요! 형님이 해주는 말은 무조건 믿는 터라, 절대 흘려 듣지 않습니다.”

‘스포츠경향’이 최근 만난 배정남은 억센 사투리도 친근하게 들릴 만큼 정이 넘쳤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사람’이라는 그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마초 아이콘? 안 맞는 옷이었어요”

사실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도 톱모델 중 하나였다. 당시 남자들의 미니홈피엔 그의 사진 하나쯤은 걸려 있을 만큼 ‘워너비’로 불렸다.

“사실 억지로 안 맞은 옷을 입은 거였어요. 어릴 적부터 혼자인 시간이 길다보니 남들에게 무시당하기 싫어서 더 세게 보이려고 그랬던 건데, 그때만해도 그런 남성적인 면이 인기가 있었죠. 원래 약한 놈이 더 강한 척 하는 건데 말이죠. 실제 제 모습을 아는 친구들은 편안한 제 일상을 방송에 내보내야한다고 조언했지만, 제가 말을 듣지 않았어요. 약한 모습이 보이면 큰일나는 줄 알았으니까요.”

2016년 개봉작 ‘보안관’에 출연하면서 한결 자신을 내려놓았단다. 함께한 이성민, 김성균, 조진웅 등이 그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냈기 때문이다.

“선배들이 그러더라고요. ‘우리가 뒤에 있잖아, 그냥 네 모습 그대로 보여줘’라고요. 엄청 든든하더라고요. 제가 아이돌도 아니고 그렇게 포장할 필요까진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제 모습 그대로 예능에 나갔는데 사람들에겐 그게 ‘반전매력’이었나봐요. ‘어라? 내 모습 그대로도 좋아하네’란 생각이 들면서부터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요. 지금은 스트레스도 없고 행복해요”

‘미스터주’에서도 망가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국정원 낙하산 요원 ‘만식’으로 분해 슬랩스틱 코미디에 도전했다.

“나를 내려놓는다고 해서 흠이 될 것 같진 않았어요. 그래서 망가지는 것도 두렵지 않았죠. 그저 민폐 안 되게 열심히 하자란 마음 하나로 촬영에 임했어요. ‘만식’과 얼마나 닮았냐고요? 2% 부족하고 허당기 있는 게 많이 닮긴 했어요. 하하.”

■“멀리 돌아온 연기의 길, 이젠 집중하고 싶어요”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대형기획사 러브콜을 다 거절하고 개인매니저와 손잡은 게 화근이었다.

“사무실을 차릴 거라 말했던 사람이 어느 날 제 원룸에 팩스를 갖다놓고 거기서 일을 하더라고요. 때마침 한일합작 K1드라마 주인공 제안이 들어와서 ‘그래, 나라도 열심히 일하자’ 싶어 그냥 넘겼는데, 그 드라마가 무산되면서 제 주위 모든 게 한꺼번에 무너져버렸어요. 매니저와 소송에 들어갔고, 수중엔 10만원 달랑 남았죠. 몇주간 무기력증에 시달렸어요. 사람도 피해다녔고요. 그렇게 1~2년을 소송 문제로 보냈고, 주머니에 돈이 없다보니 쇼핑몰을 시작하게 됐죠. 중간중간 런웨이에 서면서 다시 일어서려고 하니 다행히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더라고요. 그렇게 돌고 돌아 연기를 다시 시작하게 됐고요.”

영화 ‘미스터주: 사라진 VIP’ 속 배정남.

지금은 웃을 수 있단다. 인생의 시련을 빨리 겪은 거라며 ‘귀한 공부’한 셈 치겠다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

“그래서 이젠 더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코믹한 이미지로 굳어도 좋아요. 이 이미지 덕분에 신작 ‘오케이 마담’도 찍었고, 또 다른 작품들도 들어오니까요. 아무것도 없이 30만원 들고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는데, 이젠 제가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다’고 느껴져요. 예전부터 함께해온 팬들도 다시 일어선 절 더 많이 응원해주기도 하고요. 전 진짜 부자예요. 사람 부자! 돈 많고 명예 높아도 혼자면 아무 소용 없잖아요. 제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예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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