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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서울대 최의창 교수 “영·유아 체육은 생애체육의 주춧돌…국가가 나서야”

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최의창 교수가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스포츠는 몸, 마음, 영혼까지 바꿀 힘을 가졌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에 대한 기초소양을 배우고 꾸준하게 운동하면 좋은 사람, 좋은 시민이 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최의창 교수(57)가 지난 20년 동안 한결같이 강조해 온 말이다. 스포츠가 신체활동, 운동하는 기술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을 넘어 인문학적으로 다양한 소양을 갖춘 좋은 사람, 좋은 시민이 되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최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영유아·어린이 체육은 생애 체육의 주춧돌이자 출발점”이라며 “그동안 전문 체육, 중장년층 신체활동에 주력해 온 정부가 지금부터는 0세부터 10세까지 영유아와 어린이들을 위한 체육 정책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12월 ‘잘 놀아야 잘 큰다’는 제목으로 영유아·어린이 체육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기획기사를 썼다. 최 교수는 “어릴 때 스포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양하게 짚어 줬고 현실적 대안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 기획기사를 본 소감은.

“전체 생애에 걸쳐 사람들이 모두 다양한 신체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첫 단추가 영유아 체육이다. 토대가 없는 상층은 있을 수 없다. 국가가 영유아·어린이 체육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영유아·어린이 체육 정책은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

-그동안 정부는 영유아·어린이 체육 정책에 소홀했다.

“정부는 전문 체육에 중심을 뒀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생애 체육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생애 체육도 중장년층 중심으로 정책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영유아·어린이 운동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요즘 청소년들도 발육은 좋지만 체력은 약하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정규 체육시간은 선진국에 비해 많은 편인데 학업 부담 등 때문에 그 외 체육활동이 미비해 안타깝다.”

캐나다 생애주기별 체육 정책 골자

-어릴 때부터 생애 체육 정책을 잘 펴고 있는 나라는 어디인가.

“캐나다는 전문 선수 육성법을 7단계 생애주기별로 생활체육에 잘 접목했다. 어릴 때부터 성인을 거쳐 노인이 될 때까지 스포츠를 어떻게 배우고 하느냐가 잘 구분돼 있다. 스포츠를 모두 해야 하는 기본적인 활동이라고 정의한 뒤 어릴 때부터 운동을 보편적으로 하면서 나이가 들수록 경쟁적으로 운동할 그룹과 즐기면서 할 그룹으로 나뉜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어릴 때는 스포츠에 대한 기본적인 활동 능력과 기초소양을 배운다. 나이가 들면서 경쟁적으로 운동할 그룹과 즐기면서 운동할 그룹으로 나뉜다. 경쟁적으로 운동하는 그룹은 소위 선수가 되는 수준으로 운동하는 그룹을 의미한다. 즐기면서 하는 그룹은 건강한 몸을 위해 적절하게 운동을 즐기는 그룹이다. 경쟁적으로 운동하는 그룹도 나이가 들면서 점차 즐기는 그룹으로 옮아간다. 결국 노년층이 되면 대부분 즐기는 그룹에 속하게 된다.”

-요즘 들어 스포츠가 신체활동을 넘어 기초소양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런 경향이 생긴 지 20년 정도 됐다. 스포츠에 대한 기초적인 소양을 의미하는 소위 ‘피지컬 리터러시(Physical Literacy)’라는 개념이다. 단순한 신체활동 개념을 넘어 정신적·인문학적 소양과 운동 향유력을 더했다고 보면 된다. 나는 이것을 조금 더 확대 발전시켜 ‘스포츠 리터러시(Sport Literacy)’ 개념을 만들었다.”

-리터러시는 사전적으로 ‘읽고 쓸 줄 안다’는 뜻이다. 스포츠 리터러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과거 스포츠는 신체활동만 중시됐다. 스포츠를 신체적으로 할 수 있다는 과거 개념을 넘어 스포츠를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자질을 통틀어 스포츠 리터러시라고 정의한다. 스포츠 리터러시는 운동능, 운동지, 운동심으로 구성된다.”

-운동능, 운동지, 운동심을 조금 더 설명해 달라.

“운동능은 기본적인 동작과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 운동할 수 있는 재능과 자질이다. 운동지는 운동에 대한 지식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인지적 능력과 지성적 자질이다. 운동심은 운동하는 사람이 가지는 다양한 심성적 태도나 마음의 자질을 의미한다. 나는 인간이 5가지 차원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체성, 지성, 감성, 덕성, 영성이다. 나는 사람이 운동을 통해 이 5가지를 모두 갖춘 전인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즉 올바른 의식을 가진 세계 시민으로 키우는 데 체육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자녀가 운동하려면 학업만 중시하는 부모들의 의식전환도 필요하다.

“부모들은 대부분 학창시절은 공부 위주, 성인이 된 뒤에는 직장 생활 위주로 활동해 왔다. 스포츠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하고 심지어 오해와 걱정도 많다. 그러나 요즘 젊은 부모들은 체육에 대한 생각이 많이 성숙해 있다. 부모들부터 운동하고 자녀들에게 운동을 권한다. 어릴 때부터 운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정부가 적극 알려야 한다.”

-영유아·어린이 체육 정책은 어느 한 개 부처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영유아·어린이 체육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가 모두 힘을 합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신체활동을 주기적으로 해온 사람들은 성인이 돼서도 건강하며 운동을 꾸준히 한다. 어릴 때 운동해야 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영유아·어린이 체육 전문가도 양성해야 한다. 결국 모든 정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말단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가칭 유청소년스포츠센터 같은 단체를 설립해야 한다.”

-어느 부처가 선도적으로 일을 해야 하나.

“보건복지부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건강해지고 생산성도 높아지며 의료비도 크게 절감된다. 노년층이 되면 겪은 심리적 불안감도 많이 해소될 수 있다. 스포츠는 질병 치료에 앞서 아주 효율적인 예방책이다. 영국은 신체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부처 등 다양한 유관부처가 협력하고 있다. 요즘 유·청소년 스포츠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둘러야 한다.”

■ 최의창 교수는?

스포츠 리터러시 표지

최의창 교수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조지아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체육교사교육, 스포츠교육학, 체육수업 및 코칭, 체육전문인교육, 무용교육, 스포츠인문학 등이다. 1998년 건국대 교수로 교편을 잡기 시작했고 2008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스포츠교육학회장이기도 하다. ‘교수 방법의 잃어버린 차원을 찾아서’ ‘전인적 청소년 교육을 위한 스포츠 활용’ ‘운동을 배우면 무엇이 길러지는가(운동소양 혹은 스포츠 리터러시론)’ 등의 논문을 썼다. 2018년에는 스포츠에 대한 기본소양을 쉽게 설명한 ‘스포츠 리터러시’라는 책도 냈다. 최 교수는 “스무 살 무렵부터 체육을 배우면 무엇이 생기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했다”며 “스포츠를 하면 신체적·인지적·정의적 등 많은 영역에 걸쳐 종합적인 긍정적 효과들이 생겨나며, 지·덕·체가 균형 있게 조화된 전인(全人)이 될 수 있다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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