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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마라톤, 남녀 동반 올림픽 메달 희망가

케냐에서 전지훈련 중인 마라톤 국가대표 오주한. 대한육상연맹 제공

한국 마라톤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사상 첫 남녀 동반 메달 획득의 희망가를 부른다. 남자부에서는 귀화 선수 오주한(청양군청)이 올림픽 무대를 정조준하고 있고, 여자부에서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의 최경선(제천시청)이 사상 첫 메달권 도전 기대주로 떠올랐다.

한국 마라톤은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황영조의 금메달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이봉주의 은메달로 세계 무대에 강한 인상을 남겼으나 이후에는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남자부는 2000년대 들어 이봉주 이후에 뚜렷한 후계자 없이 급락했다. 여자부는 조금씩 성장하긴 했지만 세계무대와는 격차가 적지 않았다.

남자부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육상연맹은 케냐 출신 오주한을 귀화시켜 도쿄 올림픽을 노린다. 나머지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오지 않아 도쿄에서는 사실상 오주한 홀로 세계와 싸워야 하는 형국이다. 외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지만 오주한은 올림픽에 대한 강한 의지로 착실히 잘 준비하고 있다. 육상연맹은 조심스레 이봉주 이후 메달 획득을 기대한다.

오주한의 개인 최고 기록 2시간5분13초(2016년 서울 국제마라톤)은 세계 최고 수준에는 3~4분 정도 뒤지지만 올림픽에서는 충분히 경쟁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별 쿼터가 정해져 있는 올림픽은 무더위 속에 열리고 대개 기록보다는 순위경쟁 흐름으로 진행된다. 더위가 극심했던 4년 전 리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딴 세계기록 보유자 킵초게(케냐)의 당시 기록이 2시간8분44초였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무더위 적응과 레이스 운영이 메달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케냐 전지훈련에서 몸을 끌어올리고 있는 오주한은 올림픽 메달만 바라보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여자 마라톤 국가대표 최경선이 2일 일본 가가와 마루가메 국제하프마라톤 대횡서 1시간8분35초의 한국 신기록으로 3위에 골인한 뒤 시상식에서 받은 상을 들어보이고 있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여자부 선수들은 최근 기량을 많이 끌어올리며 성장세에 있다. 대표 주자가 최경선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위에 올랐던 최경선은 3위였던 북한 김혜성의 도핑 적발로 동메달로 승격됐다. 이후 기록이 계속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경선은 지난 해 4월 대구국제마라톤에서 2시간29분06초의 개인 최고기록으로 도쿄올림픽 여자 마라톤 기준 기록(2시간29분30초)을 통과했다. 올림픽을 바라보며 제주도에서 충실히 훈련해온 최경선은 지난 2일 일본 가가와 마루가메 국제하프마라톤대회에서 1시간 08분 35초로 3위에 올랐다. 지난해 1시간 10분 58초로 여자하프마라톤 한국 기록을 세웠던 최경선은 자신의 기록을 1년 만에 무려 2분 23초나 기록을 앞당겼다. 하프 마라톤에서 1년 만에 2분 넘게 기록을 단축시킨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스피드에 집중한 훈련의 성과가 빛을 내며 최경선의 컨디션이 절정에 오른 것을 입증한다. 육상연맹은 이 페이스라면 최경선이 올림픽에서 2시간24분대 이내의 기록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한다. 4년 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제미마 숨공(케냐)의 기록이 2시간24분04초였던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메달을 노려볼 만하다.

한국 여자마라톤은 최근 절정의 최경선과 기량이 상승 중인 안슬기, 2시간25분41초의 한국기록 보유자 김도연(이상 SH공사)이 삼각편대를 이루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상승 효과를 보고 있다. 이들이 올림픽 전까지 계속 경쟁 구도를 이어간다면 한국 여자마라톤 기록은 더욱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이 없는 한국 여자 마라톤의 사상 첫 메달 획득의 기대감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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