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경X이슈] 송강호·이정은·최우식, 봉준호의 페르소나들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서 합을 맞춘 배우 이정은, 송강호. 사진제공|연합뉴스=UPI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해냈다. 칸국제영화제, 골든글로브를 접수하더니 장벽이 가장 높은 ‘로컬’ 영화제인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섭렵했다. 각본상, 국제극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모두 품에 안을 수 있었던 건 봉감독의 천재적 연출력 뿐만 아니라, 송강호, 이정은, 최우식 등 그의 우직한 페르소나들이 제몫을 충실히 해냈기 때문이다.

송강호는 그 중에서도 봉 감독의 필모그래피 대다수를 함께한 ‘영혼의 단짝’이다. 그는 봉 감독의 첫 상업 흥행작 ‘살인의 추억’(2003)부터 함께 하며 ‘봉준호 월드’를 탄탄히 다지는 데에 일조했다. 이후 ‘괴물’(2006), ‘설국’(2013)에 이어 ‘기생충’까지 무려 네 작품에서 손 잡으며 흥행을 일궈갔다.

봉 감독의 ‘송강호 사랑’은 남달랐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송강호는 작품 전체의 성격이나 느낌을 규정짓는 힘이 있는 배우다. 관객을 제압하는 능력이 있다. 그것 또한 내 시나리오 작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쓰게 되는데, 송강호가 이 대사를 한다고 생각하면 쓸 수 있는 폭이 커진다”고 칭찬했다.

송강호 역시 ‘초록물고기’(1997) 이후 봉 감독에게 연락이 왔다며 “아주 작은 역이었는데 나를 만나보고 싶었다더라. 어떤 배역을 찾는다, 어떤 작품을 하자 이런 얘기는 전혀 없었고 정중하고 예의 바른 초대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20년 동안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여전히 유머스럽고 편안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변한 게 있다면 몸무게가 두 배가 된 것뿐”이라고 친분 가득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정은 역시 봉 감독과 오랜 우정을 나눈 배우다. ‘마더’(2009)에서 봉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춘 그는 ‘옥자’ 목소리 출연에 이어 ‘기생충’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에 성공했다. 그는 “이정은과 같이 일한 지는 10년 정도 됐다. ‘마더’에서 김혜자 멱살을 잡는 강렬한 연기를 했는데, 정말 목소리의 마술사다. 표현력이나 음색 변화, 목소리가 씹히는 느낌마저도 제대로 낸다”며 “‘기생충’에서도 드라마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역인데, 이정은만이 할 수 있는 연기였다”고 칭찬했다.

영화 ‘기생충’ 속 최우식.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최우식은 그가 일찌감치 알아본 새싹이었다. ‘옥자’에 함께 올라탄 그를 두고 “영특한 친구”라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그가 현지 프로모션 때에도 유창한 영어 실력과 사교성으로 영화 홍보에 큰 기여를 했다는 취지였다. 그 인연은 ‘기생충’으로 이어졌다. 최우식은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줬길래 날 또 택했지?’ 궁금했다. 상업영화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 저예산영화부터 연극 무대까지 다 챙기면서 눈여겨보다가 연락이 온 걸텐데, 10개 중 9개를 못했어도 1개는 잘 봐준 거니 ‘다행이다’ 싶었다”고 즐거운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봉 감독에 대한 예찬론도 펼쳤다. “모든 게 머리 안에 있는 감독”이라고 운을 뗀 최우식은 “만화처럼 콘티를 쭉쭉 그려낸다. 배우가 연기해야할 미세한 동작 하나하나가 이미 콘티 안에 다 그려져 있다. 캐릭터가 어떤 생각을 가진 건지,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지 눈에 확 들어온다”며 “매번 볼 때마다 놀랍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새로운 ‘페르소나’란 평에 대해선 “아니다. 솔직히 내가 채찍보단 당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스타일인데, 봉 감독도 그걸 이미 파악한 것 같다. 당근을 많이 줘 감사하다”고 손사래쳤지만, 그가 이미 봉 감독의 ‘우리’ 안에 들어온 걸 누구도 부인할 순 없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