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개막 앞둔 K리그, 코로나19 매뉴얼이 필요해!

지난 9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축구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한국 대 베트남의 경기.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마스크를 쓴 관중들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싼 보건당국의 대처는 대체로 탄탄했다.

손길이 닿을 만한 곳이면 모두 닦아내고, 감염이 의심되는 접촉자는 적시에 격리해 외신에서도 찬사 일색이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쌓인 방역 노하우와 매뉴얼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그런데 그 매뉴얼이 유독 스포츠에선 허술해 29일 개막을 앞둔 K리그에 대책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1일 울산 현대와 FC도쿄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F조 1차전에서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나왔는데 이송과 격리 대책에 허점을 노출했다. 당시 30대 중반 일본인 남성이 질병관리본부가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하는 체온 37.5도로 측정됐는데 어떻게 격리하고 이송할지 마땅한 지침이 없었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우리 국민이라면 입장을 제지한 뒤 자가격리나 스스로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면 된다”며 “그런데 외국인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지침을 받지 못했다. 현장의 의료진이 발열을 체크한 뒤 가까운 선별 진료소로 보내기로 했는데, 앰뷸런스로 이송할 수도 없다고 하는 바람에 보안 인력이 동행해 가까운 동강병원으로 갔다”고 말했다.

현장 매뉴얼의 허점은 해당 남성과 접촉이 우려된 관중에 대한 격리 대책이 부족한 것에서도 도드라졌다. 원정 응원은 대부분 소규모 그룹을 통해 진행되는데 이 남성과 동행한 또 다른 관중을 분류할 방법이 없었다. 만약 확진자로 나왔다면 아찔할 상황이 연출될 뻔 했다. 다행히 이 남성은 코로나19 키트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고, 엑스레이와 폐 기능 검사에서도 문제가 없어 12일 출국했다.

관중을 통제하는 부분도 보완할 대목은 있다.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발열을 잡아낼 때 공항과 기차역 등 실내 기준(36.5도)만 있고, 실외 기준이 없었다. 사람의 체온이 기온에 따라 달라진다. 이 부분을 감안하지 않으면 열화상 카메라로는 의심 환자를 잡아낼 실효성이 낮아진다. 울산 구단은 열화상 카메라를 지원한 울산시청에 조언을 구한 뒤 1~2도를 낮추고 자체적인 시뮬레이션을 가지면서 최악의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다. 울산 구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금값이라던 마스크 구하기나 열화상 카메라 구비도 어려운 일이지만, 어떻게 대응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K리그가 다시 한 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