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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성노예 문제 게임’ 개발 도민석 대표 “목표는 역사의 전범재판에 세우는 것”

“지난해 1월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듣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를 다룬 최초의 게임 ‘웬즈데이’를 개발 중인 도민석 겜브릿지 대표(34)의 마음은 다급하고 분주하다. 주저주저하다가 할머니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아무런 도움도 못 드리겠다는 위기감이 들어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시면서 지난해에만 다섯 분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정부에 등록된 240명 중 생존한 할머니는 이제 19명. 그마저도 대부분 90대의 고령이라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를 다룬 최초의 게임 ‘웬즈데이’를 개발중인 도민석 겜브릿지 대표. | 박민규선임기자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일본군 성노예 피해 사실을 증언한 후 30여 년간 ‘수요집회’가 이어졌어요. 하지만 저들은 여전히 답을 안 하죠.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PC 플랫폼으로 개발 중인 ‘웬즈데이’는 플레이어가 성노예 피해자인 ‘순이 할머니’가 되어 1992년 한국과 1945년 인도네시아의 수용소를 오가며 일본군의 전쟁범죄를 파헤치고 친구들을 탈출시키는 내용을 담은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이다.

제목은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서, 게임의 진행 방식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친구들을 구하고 싶다’던 김복동 할머니의 생전 말씀에서 착안했다.

도 대표는 “게임성과 역사성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타임리프라는 판타지 요소를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게임 곳곳에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아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현실적으로 알리려 노력했다.

특히, 자칫 ‘게임(놀이)’으로 치우치는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정의기억연대’ 등 관련 단체와 다양한 참고문헌을 통한 고증에 많은 공을 들였다.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직접적으로 피해를 묘사하는 대신 대화나 지문 등을 통해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을 택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일본군을 악마화하는 것도 피하려고 했다. 개개인의 일본군 병사보다는 인간을 악마로 만드는 전쟁의 본질을 알리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2차대전 후 열린 나치의 유대인 집단학살 책임자 ‘아이히만 재판’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웬즈데이

“많은 이용자들, 특히 많은 청소년들이 게임을 접할 수 있도록 수위를 낮추면서도 전쟁의 폭력과 비인간성을 담을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지난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웬즈데이’는 오는 8월 14일 스팀 플랫폼을 통해 출시될 예정. 영어, 일어, 중국어를 비롯한 여러 외국어 버전도 준비 중이다.

게임은 15달러(약 1만7000원)의 다운로드 가격이 책정되며 여기에 1000원~1만원의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를 제공한다. 겜브릿지는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의 50%를 할머니들에게 기부할 계획이다.

완성까지는 5~6억원 정도의 개발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았고, 나머지 부분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한다.

펀딩 후원은 5000원부터 100만원까지 구분되며 후원금에 따라 스팀키를 비롯해 마우스 패드, 팬던트 키링, 무드등, 패브릭 포스터, 피규어까지 다양한 리워드가 제공된다. 특히 게임 속 주요 시스템인 ‘책장’과 ‘수요집회’ 장면의 NPC에 엠블럼을 새길 수 있는 디지털 리워드는 30여 년 가까이 함께해 온 ‘수요집회’의 의미를 한껏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겜브릿지는 공익에 바탕을 둔 기능성 게임(소셜 임팩트 게임)을 추구하는 도민석 대표와 13명의 개발자가 의기투합한 일터다. 2017년 네팔 대지진을 다룬 게임 ‘애프터 데이즈’를 내놓고, 얼마 되지 않는(?) 수익금(1000만원)의 상당액을 네팔에 기부했을 정도로 ‘의기충만’한 청년들이다.

“우리 게임의 목표는 일본군 성노예 범죄를 ‘역사의 전범재판’에 세우는 것입니다.”

이들의 호기로운 목표는 일본 후지TV 등 해외 언론에서 관심을 가질 정도로 벌써 큰 울림으로 이어지기 시작됐다.

‘게임으로 세상을 연결’(겜브릿지)하겠다는 회사 이름,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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