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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돋보기] 내로남불 VAR…손흥민이 하면 불륜, 매과이어가 하면 로맨스?

맨유 수비수 매과이어가 넘어져 있다가 첼시 바추아이의 낭심을 차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서 퇴장과 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손흥민과 달리 매과이어는 경고조차 받지 않았다.Banstead Rovers 트위터 제공
지난해 12월 첼시전에서 넘어진 채로 뤼디거의 배를 차고 있는 손흥민. Football laughter 동영상 캡처

손흥민이 하면 ‘불륜’이고 매과이어가 하면 ‘로맨스’인가.

일관성 없는 VAR의 ‘내로남불’ 판정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18일 열린 프리미어리그 첼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다. 전반 21분 무렵 첼시 바추아이와 볼을 다투던 맨유 수비수 매과이어가 볼을 걷어낸 뒤 그라운드 밖으로 나뒹굴었다. 바추아이가 넘어져 있던 매과이어와 충돌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던 순간 매과이어의 오른발이 바추아이의 낭심을 찼다. 기시감을 들게 한 장면이었다. 약 두 달 전 토트넘과 첼시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토트넘 손흥민이 첼시 수비수 뤼디거와 볼을 다투다 넘어졌다. 넘어져 있던 손흥민이 뤼디거의 복부를 찼다. 등장 인물만 바뀌고, 찬 부위가 낭심과 복부라는 게 다를 뿐 상황 자체는 아주 유사했다. 두 장면 모두 VAR이 가동됐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손흥민이 퇴장에 3경기 출장 정지를 받은 반면 매과이어는 경고조차 받지 않았다. 손흥민이 찬 것은 ‘불륜’이었는데 매과이어가 찬 것은 ‘로맨스’라고 본 셈이다.

매과이어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바추아이를 찰 의도가 전혀 없었다”면서 “그가 넘어지지 않도록 받아주기 위해 다리가 펴지는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TV 느린 화면을 보면 가격하려는 의사가 있는 것으로 해석해도 할 말이 없는 동작이었다.

전문가들 역시 퇴장감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들인 캐러거와 킨은 “손흥민이 퇴장이었다면 매과이어도 퇴장시켰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맨유 레전드인 킨조차 퇴장으로 본 것이다. 킨은 “매과이어의 조용한 성품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아시아 출신인 손흥민과 달리 매과이어는 잉글랜드 선수이기 때문에 퇴장을 피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상천외한 해석도 있었다. “매과이어가 ‘볼’을 찼기 때문에 파울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영어로 ‘볼’은 축구공이라는 의미와 함께 낭심을 가리키는 표현이기도 하다.

퇴장을 면한 매과이어는 후반 21분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 추가골까지 터뜨려 2-0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반면 첼시는 후반 11분 주마의 동점골, 후반 32분 지루의 골이 모두 VAR로 취소되는 불운이 이어졌다. 지루는 ‘발톱’ 오프사이드가 맞다고 하더라도 주마의 골은 첼시에게 억울한 측면이 있었다. 첼시 아스필리쿠에타가 맨유 윌리엄스를 밀었다는 이유로 노골로 판정했는데 리플레이를 보면 맨유 프레드가 먼저 아스필리쿠에타를 밀쳤고, 그때문에 아스필리쿠에타가 윌리엄스를 밀친 것으로 나타난다.

램파드 첼시 감독은 “VAR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VAR이 해트트릭을 기록하느라 바빴다” “맨유가 아니라 VAR이 이겼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무심한 VAR에게 무슨 잘못이 있으랴. 공교롭게도 이날 주심을 본 테일러도, VAR을 책임진 카바나 심판도 모두 맨체스터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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