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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캠프 인터뷰] “당당해지겠다”…KT 새 리드오프 심우준, 인생시즌에 도전한다

KT 심우준이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스프링캠프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한 뒤 올시즌 대활약을 다짐하고 있다. 투손 | 김은진 기자

심우준(25·KT)은 고향의 부모님 댁에 가면 늘 마음 한 구석에 죄송함을 느꼈다. 아들이 등장하는 모든 기사를 인쇄해 진열해둔 아버지의 책상을 본 이후부터다.

KT 창단과 함께 특별지명돼 2015년 데뷔한 심우준은 언제나 내야 경쟁 구역에서 부족함이 많은 선수로 평가받아왔다. 성장이 더뎠던 그동안 가장 힘든 지점이기도 했다. 그런 아들의 기사를 말없이 늘 프린트 해 보관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반드시 잘 하리라’ 다짐했었다.

지난해 심우준은 처음으로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아버지의 책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해마다 조금씩 성장해온 끝에 지난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며 KT의 어엿한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팀의 첫 5강 경쟁 속에서 풀타임 주전 유격수로 뛴 아들의 모습이 담긴 뉴스들을 보며 부모님은 아주 많이 기뻐하셨다.

데뷔 6년차, 2020년의 심우준은 부모님에게 더 큰 웃음을 안겨드릴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가장 큰 도전에 나선다. 이제는 경쟁구역에서 ‘비교’되기보다 핵심전력으로 ‘기대’를 더 받는 주전 유격수로 완전히 뿌리내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심우준은 특명을 받았다. KT의 새로운 1번 타자를 맡는다. 지난해 유격수로서 한층 안정감을 보이며 수비에서 자리를 잡자 올해는 타순이 9번에서 1번으로 격상됐다. 지난해 1번에서 올해 2번으로 이동한 김민혁과 새로운 테이블세터를 맡는다. 심우준은 “상위타순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지난해 타격코치님이 물으셨을 때 자신있다고 했는데 올해 1번을 맡겨주셨다”며 “이제는 완전히 내가 하기에 달린 거라 부담도 크지만 기분이 참 좋다. 그래도 수비가 조금은 괜찮다고 생각하시니 1번 중책을 맡겨주신 것 아닌가 해서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꼴찌 경쟁을 벗어나 체질을 바꾼 KT는 올시즌 도약과 퇴보 사이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KT가 진짜 달라졌다는 평가는 올시즌 결과에 달려있다. 타선의 유일한 변화인 ‘1번타자 심우준’이 그 향방을 가를지도 모른다. 팀처럼, 유격수 심우준에 대한 평가도 올해가 진짜라고 믿고 있다. 심우준은 “선구안과 컨택능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수비도 많이 자연스러워졌다지만 스텝이나 동작이 커서 작게 움직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며 “도루는 자신있다. 작년에도 성공률이 나쁘지 않았다. 아무리 못해도 출루율을 3할 후반으로 올리고 40도루를 목표로 최대한 영리하게 많이 뛰어보겠다”고 새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KT 유격수 심우준이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컴플렉스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수비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늘 눈앞의 경쟁에 생각이 묶여 시즌 초반에는 힘을 쓰지 못했지만 1번타자이자 유격수로 출발하는 올해는 처음부터 제대로 뛰어볼 생각이다. 심우준이 달려가는 2020년의 중간에는 도쿄올림픽의 문이 있고, 그 끝에는 KT의 가을야구가 있다.

심우준은 “올해는 잘 해야 하는 이유가 참 많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수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1년이 될 수도 있다. 내가 하기에 달려있다”며 “늘 스프링캠프에 올 때면 출발하기도 전에 (경쟁에 대한) 부담부터 안고 왔다. 하지만 올해는 매일 훈련이 즐겁고 작년보다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올해 정말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KT는 ‘주전 유격수’라고 부르며 1번 타자 중책까지 맡겼지만 정작 심우준은 아직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지 못한다. 주전 경쟁의 틀에서 이제 막 벗어난 심우준이 가장 바라는 올시즌 뒤의 모습은 스스로를 KT 주전 유격수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심우준은 “아직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최소한 올해까지 잘 해야 주전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래서 목표를 골든글러브로 정했다. 농담으로 시작한 거지만 이미 얘기해버렸으니 진짜 목표로 삼고 달려보겠다. 그 꿈을 이룬다면 진짜 주전 유격수가 됐다는 의미일테니까”라고 웃었다. 미국의 스프링캠프에서 심우준은 2020년을 인생 최고의 시즌으로 만들어보리라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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