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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의 스포츠IN] e스포츠를 진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키우려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브리타마 아레나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 한국과 중국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스포츠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시범종목이었습니다. 클래시 로얄, 스타크래프트 II, 하스스톤, 위닝 일레븐 2018, 리그오브레전드, 아레나오브발러 등 6개 종목이 열렸습니다. 한국은 리그오브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 II에 출전해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땄습니다. e스포츠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과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6월 스웨덴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과 함께 한국과 스웨덴 e스포츠 경기를 직관했습니다. KBS는 지난 1월 특집 e스포츠 토크쇼 ‘더 드리머’를 KBS2 채널을 통해 방송했고 이상혁과 문호준이 출연했습니다. KBS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리그오브레전드 결승전을 중계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LoL 프로암대회인 2019 케스파컵 주관방송사가 됐습니다. MBC는 얼마 전 ‘2020 설 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아육대)’에서 e스포츠를 선보였습니다. 보수적인 지상파 방송들이 프라임 타임에 인기 스타들을 동원해 e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한 겁니다. e스포츠가 엄청나가 성장했고 조만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겁니다.

e스포츠가 점차 존재감이 커지자 관련 단체들이 하나씩 생기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e스포츠학회 창립총회가 열렸고 초대 회장이 선출됐습니다. 지난 14에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e스포츠산업진흥원이 논란 속에 출범했습니다. 몇몇 대학은 e스포츠학과 또는 관련 대학원을 만드는 걸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저출산 등으로 대학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기존 스포츠 관련 학과를 융복합이라는 단어를 넣어 e스포츠 관련 학과로 변경하려는 대학도 있습니다. 2007년 전남과학대에 만들어진 e스포츠학과가 국내 최초 전문학과입니다. e스포츠학과를 만든 고등학교도 생겼습니다. 서울 은평 메디텍 고등학교는 의료정보시스템과를 e스포츠과로 개편했습니다.

e스포츠는 전 세계 많은 젊은이들이 널리 즐기고 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까지 e스포츠를 올림픽 종목으로 넣는 걸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스포츠보다는 e스포츠를 선호하고 즐기는 젊은 층을 미리 잡지 못한다면 올림픽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외국대학은 한국보다 발 빠르게 e스포츠 산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어바인 캠퍼스(UCI)에 e스포츠학과가 설립됐습니다. 2018년에는 영국 스태포드셔 공립대에 e스포츠학과 혼스(Hons) 과정이 생겼습니다. 전남과학대학 e스포츠학과 최은경 교수는 “미국, 영국 대학들은 게임, 스포츠, 정보기술,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을 중심으로 학제 간 융합을 시도하며 e스포츠를 다양한 과목으로 만들어 교육 과정에 편입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도 e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이스포츠법)이 제정됐습니다. 세계 최고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게임을 내놓고 세계 최고 리그를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e스포츠를 스포츠로 봐야하는가’ 등 e스포츠와 관련된 적잖은 논란이 여전한 게 사실입니다. 동시에 e스포츠 산업이 급속하게 커졌고 더 커지리라는 전망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은, e스포츠는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서 있습니다. e스포츠는 기성세대들이 숱한 선입견 속에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배제하는 상황 속에서 엄청나게 큰 거인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도 e스포츠 산업에 본격적으로 대비할 때가 된 겁니다. 체육학, 정보기술학, 사회학, 철학, 경영학, 교육학, 법학 등 다양한 학제 간 융합이 필요합니다. e스포츠를 산업 동력으로, 세계에서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핵심전략으로 키우기 위한 국가 정책도 완성도를 높여야 합니다. 빛의 속도로 커지는 e스포츠 시장을 겨냥해 명분만 내세워 선점하려는 의도보다는 e스포츠를 성공적인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고민과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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