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영민의 얼굴에선 묘하게 홍콩 배우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매력 덕분에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에선 고 장국영을 오마주한 ‘장국영’ 역을 맡았다.
“용기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홍콩 반환 시기라 작품 선택에 제약이 있었을 텐데, ‘해피투게더’ 속 동성애자 연기를 선택하고 몰입했다는 것부터 시대를 함께하는 배우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장국영 역을 연기할 수 있어 굉장히 영광이었습니다.”
김영민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찬실이는 복도 많지’ 촬영 후기와 데뷔 22년차로서 돌아본 지난날, 그리고 49살이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어려보이는 외모에 대한 솔직한 심경 등을 털어놨다.
■“마동석과 동갑, 반말하니 이상하게 보더라고요”
믿기지 않게도 데뷔한지 21년이나 지났다. 30대로 보이는 외모 때문에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았단다.
“마동석과 동갑이거든요. 가끔 ‘이러쿵 저러쿵’ 반말을 하면 주위에서 ‘어린 놈이 격의 없이 덩치 큰 사람에게 뭐하는 거야?’란 시선이 느껴지더라고요. 동갑이라고 하면 그제야 다들 ‘아~’라고 고개를 끄덕이죠. 하하.”
한동안 ‘동안’이 콤플렉스였다고 했다.
“나이에 맞는 얼굴이 좋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역이 들어오니까요. 한번은 선배들에게 ‘내 얼굴이 콤플렉스다’라고 하니, ‘그렇게 생각하지 마라. 그걸로 복 받을 때가 올 거다’라는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이제야 그 말이 맞다고 느껴요. 아니면 장국영 역을 맡을 수도 없었을 테니까요.”
나이가 들면서 또 하나 좋은 점은 연기에 대한 고민이 진해진다는 거였다.
“20대엔 ‘연기를 계속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3년 주기로 고민했어요. 자신감이 넘쳤던 만큼 세상이 녹록지 않아 제 자신이 철저히 깨진 적이 많았으니까요. 그러다 30대, 40대로 넘어가니 ‘내가 잘 하고 있나, 언제쯤 내려놓고 연기할 수 있을까’란 고민으로 바뀌더라고요.”
함께 작업한 윤여정은 그에게 때때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안겨주기도 했다고.
“만날 때마다 선배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는데 ‘배우가 저래야지’란 생각을 하게 돼요. ‘얘, 연기 별 거 없어. 편하게 해’라며 툭 던지는 한마디에도 많이 배우게 되더라고요. 전 선배의 그런 점을 정말 닮고 싶어요.”
■“작품 복 좋은 편, ‘나의 아저씨’는 인생작”
그는 자신이 작품 복을 타고났다고 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선 힘든 일일 수도 있는데 전 작품 복이 좋아 좋은 캐릭터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 중 tvN ‘나의 아저씨’는 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작품이었고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많이 사랑해주니, 정말 감사하더라고요.그 이전엔 드라마와 연이 잘 안 이어졌는데, ‘나의 아저씨’ 이후로 드라마가 여러 편 들어왔어요. 좋은 인연들을 만날 수도 있었고요.”
또 하나의 복을 받을 수 있다면 ‘인기복’을 원한다고 콕 집어 말했다.
“많은 이가 찾아주는 ‘인기복’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돈도 따라오겠죠? 하지만 그건 하늘이 정해주는 것 같아요. 인기를 쫓아가려고 해도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요? 하하.”
무엇보다도 행복한 삶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선 ‘나를 위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자신만의 행복론을 귀띔했다.
“앞으로 펼쳐질 제 50대는 치열하게 도전하고 더 많은 이와 소통하는 삶이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소신을 유지하면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죠. 또 남들을 위한 ‘좋은 사람’보다는 제 자신을 아끼고 나아가 주변 사람들도 아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소통, 그게 ‘배우’라는 직업의 의미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