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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으로 말한 애피,“데 용, 바르셀로나로 가”

2017년 부정맥으로 쓰러져 영구적인 뇌손상 진단을 받은 뒤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전 아약스 미드필더 애피 누리. 데 용이 바르셀로나로 가는데 역할을 할 만큼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Oussema Messaoudi 트위터 제공

“내가 애피 옆에 앉자 애피의 어머니가 들어오셨다. 어머니가 애피에게 물으셨다. ‘애피, 프렌키는 어디로 가야 하지. 바르셀로나?’. 그때 그의 눈썹이 올라갔다. 매우 특별한 순간이었다.”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프렌키 데 용이 전한 ‘애피’의 근황이다.

애피는 데 용의 아약스 동료였던 압델하크 애피 누리(23)의 애칭이다. 애피는 2017년 7월 베르더 브레멘과의 친선 경기 도중 심장 부정맥으로 쓰러져 영구적인 뇌손상 진단을 받았다. 2018년 1년간의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긴 했지만 정상적인 일상 생활은 아직 힘들다.

27일 더 선에 따르면 애피는 지금은 병원을 떠나 집에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형인 압데르라힘은 “먹고, 자고, 얼굴을 찡그리고, 트림도 하지만 아직은 혼자서 움직일 수 없다. 거의 침대에 누워 있다”고 말했다.

형제는 의사소통을 눈썹을 올리는 걸로 한다. 그래도 집에 온 이후 애피의 상태는 상당히 호전됐다. 지금은 축구도 볼 수 있고, 심지어 반응을 보일 때도 있다고 한다. 데 용이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고 당시 의사가 “애피는 앞으로 걸을 수도, 말을 할 수도, 사람들을 알아볼 수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할 것”이라며 식물인간으로 살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 비교하면 기적처럼 나아진 것이다.

각 팀에서 애피를 잊지 않기 위해 그의 등번호를 달고 뛰는 옛 아약스 동료들.Manchester, United Kingdom 인스타그램 제공

애피는 아직 자택의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혼자 있는 게 아니다.

그는 아약스 시절 그가 달던 34번을 달고 뛰는 많은 친구들이 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벨기에 안더레흐트로 임대돼 뛰고 있는 필립 샌들러도, AS 로마로 이적한 저스틴 클루이베르트도, 덴마크 아르후스에서 뛰고 있는 케빈 딕스도, 나폴리의 아민 유네스도 모두 등번호가 34번이다.

친구와 형, 또는 동생으로 함께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웠던 애피와 늘 함께하고 있다는 연대의 표시이다.

애피는 2014년 영국 일간 가디언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유스 선수 40인에 포함되기도 했을 만큼 앞길이 창창한 유망주였다. 기술과 패싱력, 영리함, 창의성을 두루 갖춘 플레이메이커였다.

애피는 따뜻하고, 사람들에 대한 배려심이 넘치는 선수이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애피는 의족을 한 사람이나 뇌수종 환자와도 기꺼이 축구를 함께했고, 경기 끝나고 친구들이 와서 떠들썩하게 축하할 때엔 “쉿, 조용히 해. 이웃사람들이 시끄럽다고 하겠다”고 친구들을 단속하기도 했다.

애피가 쓰러졌을 때 수천명의 팬들이 그의 집을 찾아와 지지와 위로를 보내준 건 암스테르담 사람들이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아약스 구단 상품점에는 지금도 ‘강하게 있어, 애피’라는 글귀와 함께 34번이 달린 유니폼이 전시돼 있다.

압데르라힘은 “애피가 어떨 때는 감정적이기도 하지만 미소를 지을 때도 종종 있다”면서 “그 미소가 우리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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