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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인터뷰] 돌고돌아 다시 선발…LG 송은범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LG 송은범이 지난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에 선발 등판해 힘껏 공을 던지고 있다. LG 트윈스 제공

송은범(36·LG)은 한때 KBO리그 대표 우완 선발이었다. 김광현과 함께 좌·우 원투펀치를 이뤄 SK의 최강 시절 마운드를 이끈 우완 에이스였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이후 팀을 여러 차례 옮기면서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 어느 한 자리에 고정되지 않고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동안 바닥까지도 떨어져봤다. 긴 시간을 거쳐 송은범이 다시 일어난 것은 2018년, 한화에서 최강 불펜 투수가 되면서였다. 중간계투로만 68경기에 나가 79.1이닝을 던져 7승4패 10홀드 1세이브로 평균자책 2.50을 기록하고 한화를 가을야구로 이끈 송은범은 완전한 ‘미들맨’이 되어있었다.

지난 시즌 LG로 트레이드 될 때도 송은범은 불펜 투수였다. 그러나 새로운 봄, 송은범은 다시 선발로 돌아간다. 류중일 LG 감독은 “우리 투수중 현재 구위 최고”라며 선발 중 한 자리에 송은범의 이름을 걸어두었다. 최강 외국인선발과 국내 에이스 차우찬까지 강한 1~3선발을 가진 LG의 고민은 늘 4~5선발이다. 올해는 베테랑 송은범을 통해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하려 한다.

송은범이 선발로서 스프링캠프를 치른 것은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송은범은 “지난해 LG에 온 뒤 최일언 투수코치님이 우스갯소리로 ‘내년에는 선발 해볼래’ 하신 적이 있다. 그때는 농담이라 생각하고 ‘시켜만 주세요. 뭐든 다 하겠습니다’라고 했다”며 “1월에 개인 훈련을 하는데 그 말이 문득 생각났다. 불펜 투수는 일찍 준비할 필요가 없어 원래 캠프 전에 피칭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혹시 몰라 마지막날 하프피칭을 하고 캠프에 갔더니 진짜 선발을 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선발로 시즌을 준비했지만 큰 무리는 없었다. 늘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시즌 준비를 세게 했기 때문이다. 송은범은 “나름 마음 급하게 투구수를 올렸다. 세번째 피칭에서 이미 100개를 던지고 네번째 피칭에서 140개를 던졌다”며 “나는 거의 김성근 감독님이 지휘하는 캠프를 치렀다. 캠프에서는 많이 던지는 게 습관이 돼있어 다행히 페이스 올리는 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웃었다.

실전 단계로 옮겨서도 송은범의 페이스는 매우 좋다. 지난 24일 청백전에서는 2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140㎞대 중반 구속에 묵직한 구위를 유지하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를 개막까지 이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일뿐, 류중일 감독의 마음 속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는 송은범이 들어가있다.

18년차가 된 송은범은 수많은 경험으로 울고 웃었던 투수다. 오랜만에 선발로 돌아가게 됐지만 큰 감흥을 드러내지 않는다. 송은범은 “선발을 맡는 게 오랜만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시즌에 선발과 중간을 다 뛰었다. 내 보직이 원래 선발 투수였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어디든 주어진 자리에서 던지면 되는 것이고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LG는 송은범의 야구인생 네번째 팀이다. LG에서 처음으로 시작을 함께 하며 오랜만에 선발로 돌아간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송은범은 늘 그랬듯 올해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송은범은 “모두가 작년보다 높이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 역시 선발로서 시즌 끝까지 잘 던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며 “그러나 끝까지 반드시 선발로만 뛴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항상 시즌을 치르다보면 그런 상황이 온다. 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중간에서도 ‘알바’까지 뛸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고 있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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