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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는 동근이 자리인데…” 양동근 보낸 유재학 감독의 아쉬움

은퇴를 선언한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의 가드 양동근(39)이 1일 서울 강남구 케이비엘(KBL)에서 열린 공식 은퇴 기자 회견서 유재학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박민규선임기자

“저긴 (양)동근이 자리인데….”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57)은 애제자가 앉았던 자리에 쉽게 앉지 못했다.

유재학 감독은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양동근의 은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기자회견장 한 켠에 앉아있던 유 감독은 ‘가운데에 앉아달라’는 요청에 “동근이 자리인데”라며 손을 내젓다가 겨우 앉았다.

유 감독과 양동근은 양동근이 신인 시절인 2004~2005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양동근의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고 14시즌을 함께 했다. 그 사이에 6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함께 합작했다. 누가 뭐래도 유 감독에게 양동근은 KBL 역대 최고의 선수였다.

유 감독은 “동근이가 프로에 입단할 때 ‘특A급’ 선수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은퇴하는 시점을 돌아보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팬들, 또는 선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를 보여준 이는 동근이가 최고가 아닌가싶다. 꾸준함과 기량도 최고다. 농구 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 제일 중요한 남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쳐도 동근이가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동근이 은퇴 후 영구 결번되는 현대모비스의 6번은 유재학 감독이 현역시절 달던 번호다. 양동근은 등번호에 대한 속사정에 대해 “신인 때 3번하고 6번이 남았었는데 감독님이 ‘6번 달아라’고 해서 갖게 된 번호”라며 “겉으로 내색을 안하셨지만 6번을 주셨구나라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유 감독 역시 “그때가 기억이 난다”며 “내가 6번을 오랫동안 달았는데 나는 선수로서 은퇴도 일찍 했고 양동근이 나에게 훈련을 받으면서 내 번호를 꼭 달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 번호를 추천했다”고 했다.

사실 유 감독과 양동근은 은퇴에 대한 이야기를 수차례 나눈 바 있다. 유 감독은 “2006~2007시즌 우승하고 서로 그런 이야기를 나눴던 걸로 기억한다. 여러차례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양동근의 은퇴가 다가오자 아쉬움이 컸다. 유 감독은 “어제(3월31일)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사무국장에게 문자가 와서 나도 알았다”며 “이제 은퇴한다고 하니 굉장히 아쉬움이 많고 한 쪽이 떨어져나가는 느낌”이라고 심경을 표했다.

양동근은 유 감독을 롤모델로 삼으면서 “나만의 색깔을 가진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유 감독 역시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선수하면서 보여줬던 자세를 보여주면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동근이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 한 번에 알아듣는다. 내가 가진걸 모든걸 알고 있는 선수인데 거기에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게 되면 성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양동근을 어떻게 도와줘야할 지가 중요하다”며 양동근의 제2의 농구 인생에도 함께할 것임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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