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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는’ 손흥민, 스포츠 스타들의 울리고 웃긴 병역 백태

사진/Getty Images코리아

한국 축구 최고 스타 손흥민(28·토트넘)이 오는 20일 제주도 해병대에 입소해 기초 군사훈련을 받기로 결정하면서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복무에 시선이 쏠린다.

손흥민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았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아시안게임 금메달, 올림픽 금메달 획득 등으로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된 뒤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34개월 동안 현역 선수로 활동하면서 일정 기간 봉사활동(544시간)을 이수하면 병역 의무를 마치게 된다. 손흥민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잉글랜프 프리미어리그(EPL)가 중단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병역 의무를 해결하려고 생각중이다.

그러나 이런 병역 특례 혜택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세계에서 인정받을 만큼의 특급 기량을 갖춘 소수의 선수만이 혜택을 받는다. 이들을 제외하면 스포츠선수라도 정상적으로 신체검사를 받아 신체등급에 따라 현역 복무 혹은 공익근무 요원으로 활동해야 한다. 상무 부대에서 군복무와 스포츠를 병행하는 길도 있지만 상무의 문 역시 바늘구멍처럼 좁다. 의무경찰 폐지로 경찰청 스포츠단이 없어지면서 상무 부대는 한국 스포츠에서 최고 수준의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만 들어갈 수 있다.

한창 활동해야할 나이에 병역이 걸려 있어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문제는 과거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프로야구 유일의 4할 타자’로 남은 백인천은 1963년 일본 프로야구에 입단해 뛰어난 활약을 보이자 정부 차원에서 20대 후반까지 군 입대를 연기해주기도 했다. 그러다 1960년대 말 국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병역 기피 논란이 일자 귀국해 육군에 입대했다. 백인천은 이듬해 중앙정보부(KCIA) 소속 현역 군인 신분으로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국외파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무쇠팔로 유명했던 투수 최동원(2011년 사망)은 23살 때 미국프로야구 토론토 구단과 계약을 맺고도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끝내 미국 진출이 좌절됐다.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했던 차범근 전 감독은 경기까지 치렀으나 공군 복무 문제로 다시 귀국해 남은 병역을 마친 뒤에야 분데스리가로 갈 수 있었다.

한때 병역 기피 논란으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박주영. 프로축구연맹 제공

최순호 포항스틸러스 기술 고문은 병역 문제 탓에 벨기에 진출이 좌절된 경험이 있다. ‘그라운드의 야생마’로 통하던 김주성도 최순호와 같은 이유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의 스카우트 제의를 포기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인 김주성을 놓고 오스트리아 외무부 차관까지 나서 우리 정부에 “유럽 진출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예외는 없다”는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박주영(FC서울)은 프랑스 AS모나코에서 활약할때 모나코 왕실에서 10년 장기 체류 자격을 얻어 만 37세가 되는 2022년까지 병역 연기를 받아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논란 끝에 2012 런던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한 박주영은 동메달 속죄포로 팬심을 돌려놓았지만 병역 기피 파문으로 한동안 큰 홍역을 치렀다.

야구에서는 2000년대 미국프로야구 진출이 늘면서 병역 회피 논란이 불거졌다. 백차승이 대표적이다. 백차승은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군 복무를 위해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조건부 비자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그는 2005년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국내에선 병역 기피자가 됐지만, 미국에서 한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1995년 프로야구 방위병 선수들의 경기 출전이 금지되자 항의하는 팬들. 경향신문 DB

야구에서는 1984년부터 방위병 선수들이 출퇴근하면서 홈경기에만 출전해 야구 팬들의 갈증을 달래주기도 했다. 하지만 ‘군인은 영리행위를 하거나 겸직할 수 없다’는 군인복무규율에 근거해 1995년에 방위병의 출전이 금지됐다. 이에 프로야구 팬들이 방위병 선수를 보고싶다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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