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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TV연구소] ‘시청률 공신’ 희대의 불륜남役 누가 있었나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역대 ‘불륜남’ 캐릭터들. 사진 각 방송사

JTBC ‘부부의 세계’ 배우 박해준이 현실감 돋는 ‘불륜’ 연기로 화제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나 그의 불륜 연기는 일말의 당위성이 부여되지 않는다. 그저 비열하고 악랄할 뿐이다. ‘부부의 세계’ 2회에서는 불륜의 모든 진실을 알게된 아내가 애끓는 심정으로 “사실대로 말해주면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지막 공을 던지지만 가볍게 쳐내며 부정하고 기만하는 박해준의 연기는 극도의 분노를 유발했다. 배우에게는 그저 ‘너무 연기를 잘한 탓’이라는 ‘칭찬’밖에 내어줄 말이 없다.

드라마 속 비열한 불륜남은 비련의 여주인공의 서사쌓기 혹은 동기부여, 성장을 위한 좋은 발판이다. 동시에 클라이막스를 위한 ‘고구마’ 전개에 필요악인 존재이기도 하다. 역대 국내 드라마 중 시청자들에게 깊이 각인된 ‘최악의 불륜 캐릭터’들은 누가 있을까?

먼저 2006년 아침드라마 ‘있을 때 잘해!!’ 김윤석이 떠오른다. 그는 이 드라마를 끝으로 차기작 영화 ‘추격자’가 흥행하면서 충무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있을 때 잘해!!’에서 김윤석은 집 밖에서는 세련된 분위기파로, 집에 들어오면 과묵해지고 가부장적 남편의 모습으로 변해 양면성을 보여줬다. 그는 아침드라마임에도 ‘고퀄’ 연기로 늘 짜증에 가득찬 불륜 남편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또한 연기만 잘하면 어떤 작품, 어떤 역활도 호평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2007년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는 아내의 친구와 불륜을 저지른 김상중은 극중 대사 “감자 좀 쪄줄래?”로 희대의 유행어와 ‘짤방’을 남겼다. 그는 아내의 찐 감자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캐릭터로, 이혼 후 동거녀인 김희애와 눈만 마주치면 감자를 쪄달라며 갈등을 야기시켰다. ‘내 남자의 여자’ 김수현 작가는 불륜 남편이 이혼을 후회하게되는 매우 현실적인 도구로 ‘찐 감자’를 사용했고 불륜에 대한 희화적 시각을 시청자에게 전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희대의 불륜 캐릭터로 ‘아내의 유혹’ 변우민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시종일관 지질한 연기로 ‘정교민’을 연기했다. 극중 이름인 ‘정교민’을 불륜남의 대명사로 자리잡게한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최근작 중에는 ‘VIP’ 이상윤의 불륜 연기도 시청자들에게 크게 회자됐다. 평소 ‘상견례 프리패스상’이란 별명을 갖고 있던 배우인 만큼 극 중 ‘사내 불륜’이란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시청자들은 ‘뭔가 있겠지’ ‘아닐거야’라며 또다른 반전을 고대할 정도였다. 결국 드라마 후반부까지 진짜 불륜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반듯한 그에게도 비난 화살이 쏟아졌다. 다양한 캐릭터로 매번 새로운 모습을 갱신해야하는 배우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인 셈이다.

배우 김희애와 부부 연기 호흡을 맞추며 ‘희대의 불륜남’으로 떠오른 배우 박해준. 사진 JTBC

드라마 속 불륜이란 ‘가장 가까운 존재의 배신’이란 점에서 보편성을 띄며 그 어떤 소재보다 자극적이라 드라마의 단골로 자주 등장한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게 정당성을 부여해야 하는 배우에게는 영원한 숙제가 될 수 밖에 없는 배역이기도 하다.

대중문화 평론가 은구슬은 “시청자가 드라마에서 원하는 그림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네 현실을 반영하는 이야기”라며 “‘부부의 세계’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륜’으로 부부의 치열한 심리묘사 표현해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김희애의 복수를 극대화시키는 박해준의 불륜 연기력은 시청률의 지표가 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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