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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까지 취소’ 테니스 시즌 단축의 그림자 ‘빈익빈’

게티이미지코리아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윔블던 테니스대회도 결국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피하지 못했다.

윔블던 대회가 2일 2020년 대회 취소를 결정해 발표했다. 1·2차 세계대전 영향으로 두 차례(1915~1918년, 1940~1945년) 중단된 바 있는 윔블던은 이후 75년 만에 전 세계에 퍼진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대회를 열지 못하게 됐다.

이미 6월 초까지 일정을 취소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는 곧바로 공동 성명을 내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7월13일까지 모든 일정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윔블던 취소와 함께 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이 한 달 가량 더 연장된 셈이다. 앞서 5월로 예정됐던 두 번째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도 9월로 연기됐다.

윔블던 취소가 남녀 프로테니스에 주는 파장은 하나의 메이저 대회 취소에 그치지 않는 분위기다. 올해 프로테니스 일정은 파행에 가깝다.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첫 대회인 호주오픈 등 1월 일정만 비교적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이 마저도 호주 산불 영향으로 삐걱됐는데,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대회 취소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투어 전체의 위축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시각도 하나둘씩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규모가 크지 않은 대회들이 생존을 위협받는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대회 취소로 고스란히 피해를 안게되는 대회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당장 내년 몇몇 토너먼트가 사라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WTA 투어 스티브 사이먼 회장은 “대회 취소로 관련 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250시리즈 규모의 대회를 열기 위해 필요한 평균 예산은 약 400만달러(49억4000만원)다. 대회 평균 순이익은 약 12만5000달러(1억5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 시즌 68번의 투어 대회 중에 250시리즈 규모의 대회는 38차례 열리는데, 2008년 기준 250시리즈 적자 대회가 13개나 됐다.

코로나19 여파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각 토너먼트들은 대회 예산, 스폰서 및 대회장 계약, 연기 시점 등에 따라 피해 규모가 정해진다. 과거 이렇게 대회가 취소되는 사례가 없었던 만큼 보험을 들지 않은 대회가 많아 피해의 폭이 클 전망이다. 보험에 들었더라도 보호받기 어려운 바이러스에 의한 대회 취소나 연기 사유로 인해 대회사가 감수해야 할 손해액이 크다.

대회가 줄어든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의 몫이 된다. 탄탄한 스폰서 지원을 받는 상위 랭커들을 제외한 선수들은 대부분 대회 상금으로 생활하지만, 대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사이먼 회장은 “선수들이 몇 주 동안 경쟁할 기회가 없어 엄청난 경제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의 텔리그래프지도 “테니스 시즌의 단축은 중간 랭커들에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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