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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 이즈 백’ 유튜버 변신 최나연, 색다른 매력에 취하다

유튜버로 변신한 2012년 US여자오픈 우승자 최나연 프로. 최나연이 아이돌 가수인 보아씨의 스윙을 가르쳐준 ‘보아 언니 레슨’ 편은 18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최나연 인스타그램 캡처

털털한 걸음걸이, 어딘가 보이시한 느낌, 과묵해 보이는 인상.

2012년 US여자오픈골프 우승자인 최나연(33)에 대해 이런 이미지를 갖고 있는 팬들이 많다. TV에 비친 최나연은 그랬다. 최나연에겐 또 다른 이미지도 있다. 지독한 입스와 번아웃으로 몸도, 마음도 아팠던 시절의 방황하던 모습이다. 천둥과 소쩍새가 울어대는 젊음의 뒤안길을 홀로 걸어야 했다. 아마 최나연을 전자 또는 후자 이미지로 알고 있던 사람들이 그녀의 유튜브 채널 ‘나연 이즈 백’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아니, 최나연이 이렇게 밝고 말이 많은 선수였나.”

“유튜브에서 보여지는 게 본래 내 모습에 가까워요. 원래 말이 좀 많은 편입니다. 유튜브 채널 시작한 후로 ‘알고 있던 이미지와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어요.”

지난해 12월 시작한 ‘나연 이즈 백’은 골프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벌써 구독자가 1만9000명이 넘는다. ‘어프로치 꿀팁’ 편은 17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보아 언니 레슨’은 18만회를 돌파했다. 여동생이 오빠나 언니를 가르쳐 주듯 성실하게 레슨을 해주는 모습이라든지, LPGA 스타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잔잔한 재미도 제법 볼 만하다. 무엇보다 팬들을 사로잡는 건 최나연 특유의 진지함과 진솔함이다.

최나연은 “예쁜 모습이 아니라 자연스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나 프로들이 일상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그런 거를 꾸밈없이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찍고 싶은 건 많은데 혼자 다 하다 보니 힘든 게 많아요. 공항에서 이동하는 선수들 모습도 담고 싶은데 손이 모자란 거예요. 처음에는 마이크도 없었다가 하나씩 구비하고 있고, 촬영은 다 휴대폰으로 하고 있어요. 레슨 주제는 일반 골퍼들이 실수를 많이 하는 거나 평소 질문을 많이 하는 거 중심으로 선정해요. 눈 높이 맞추는 게 생각보다는 어렵더라구요.”

골프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어프러치 꿀팁’편. 17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최나연 인스타그램 캡처

최나연은 슬럼프도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말한다. “내가 슬럼프라고 생각하면 슬럼프인거고,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아니겠지요. 그런 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인 것에 성공과 실패를 두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것을 내려 놓자 마음도 편해졌다.

최나연은 한때 세계 여자골프를 주름잡았던 청야니의 근황도 전했다. 청야니는 거의 매일 붙어다니다시피 할 정도로 친하게 지냈던 선수다. 최나연은 “야니가 작년에 시즌을 안 뛰었다. 5~6개월간 골프채를 아예 안 잡았다고 하더라. 올시즌부터 복귀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야니나 저나 비슷한 아픔이 있었어요. 부상을 당했을 때는 충분히 쉬면서 재활한 뒤에 나왔어야 했는데 무리하게 대회 출전하다가 더 상황이 나빠진 거죠. 부상 부위는 아픈데 억지로 스윙을 하다 보니까 나쁜 버릇 생기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흔들렸던 것 같아요. 우리가 좀 더 현명하게 행동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죠.”

최나연의 유튜브를 보면 고뇌와 방황의 시간을 이겨내고 씩씩하게 또 다른 삶을 개척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즐겁다. 인생도, 골프에 대한 사랑도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명을 그렇게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연이가 돌아왔어요(나연 이즈 백)’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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