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화 이글스에서 송광민의 별명은 ‘마스크 러너’다. 연일 이어지고 있는 자체 홍백전에서 타석에서나 수비를 할 때 마스크를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햇빛이 강해 선글라스를 끼면 선글라스와 마스크 때문에 눈과 입이 다 가려져 얼굴이 눈 밑에만 일(一)자로 햇볕에 그을린 자국이 생긴다.
송광민의 마스크차림은 주루 때 더욱 돋보인다. 숨이 꽤 찰 것 같지만 그의 민첩한 동작을 보면 우려가 무색하다. 게다가 적극적인 베이스 러닝이 돋보인다. 그는 지난 2일 자체 홍백전에서는 두 번이나 도루를 시도했다. 4일 홍백전에선 2타수 1안타를 기록하는 등 타석과 주루에서 적극적인 모습이 눈에 띤다.
특히 지난 2일 경기에서 ‘마스크 러너’의 위력이 돋보였다. 3회 신예 남지민을 상대로 2루타를 친 송광민은 남지민의 키킹 동작이 큰 틈을 타 쉽게 3루 도루에 성공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무조건 루상에서는 적극적인 베이스 러닝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마스크도 자주 끼다보니 적응이 돼 괜찮다”고 말한 송광민은 “안 뛰는 것 같이 보이지만 지난해에도 열심히 뛰었다”고 웃어보였다. 송광민의 지난 시즌 도루 8개는 데뷔 후 최다 기록이었다. 그는 “캠프에서도 선수들끼리 주루할 때 투수들의 습관을 관찰하고 죽더라도 과감하게 뛰어보자는 이야기를 자주했다”고 말했다.
한화는 한용덕 감독의 부임 이후부터 부지런히 뛰는 중이다. 2018년 도루시도가 182개로 10개팀 중 가장 많았고, 지난해에도 SK(168개)에 이어 156개로 2위를 차지했다. 시도의 적극성에 비해 떨어지는 성공률(리그 9위)이 문제지만, 적극적으로 뛴다는 이미지는 상대 수비를 긴장시킬 수 있다.
한화는 팀타율이 지난해 0.256으로 전체 8위였고 총 득점이 607점으로 8위, 장타율은 0.362로 9위 등 공격력이 바닥권을 면치 못했다. 비교적 약한 타선을 효율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베이스 러닝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한 감독 역시 “주루할 때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방법을 더욱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팀 8년차의 고참인데다 정근우의 LG 이적으로 베테랑으로서 팀의 분위기 메이킹도 책임져야 한다. 송광민이 ‘마스크 러너’로 변신한 또 하나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