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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무대’ 되찾은 1997년생들의 환호성

이동경(가운데) | 대한축구협회 제공

간절히 기다렸던 소식에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꿈에 그칠 뻔 했던 ‘꿈의 무대’로 가는 티켓이 되돌아왔다. 2020 도쿄올림픽의 공식 연기로 절망했던 선수들에게 차갑게 느껴졌던 봄날이 예년처럼 따뜻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올림픽축구대표팀 미드필더 이동경(23·울산)은 5일 ‘스포츠경향’과의 통화에서 “올림픽이 연기됐다는 소식에 머릿 속이 복잡했던 열흘”이라며 “주변에서 잘 풀릴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지만, 누가 ‘넌 이제 끝났다’고 장난을 칠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동경이 올림픽의 취소도 아닌 연기로 번민에 빠졌던 것은 남자 축구가 유일하게 연령 제한(만 23세)이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1997년생으로 내년이면 만 24세가 되는 그는 올해초 태국에서 직접 본선 티켓을 따내고도 배제될 뻔 했다.

이동경은 “솔직히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우리들의 잘못도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하나’는 생각이 많았다”며 “또래인 1997년생 친구들과 함께 ‘그래도 우리가 나갈 수 있겠지’라며 서로 위로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동경은 동경(東炅)이란 이름이 도쿄(東京)의 한자 독음과 같아 ‘도쿄 리’라는 별명까지 붙은 선수다. 그는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내면 병역 혜택을 얻을 수 있어 올해초 미국프로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 이적까지 포기했다.

이번 연기로 축구 인생이 모두 꼬일 수 있었지만 다행히 4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도쿄올림픽에 만 24세까지 출전을 허가했다. 이동경은 “올림픽은 세계 무대에서 내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소중한 무대”라며 “그 기회를 잃으면 병역 문제도 눈앞으로 다가오기에 입대 시기를 고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동준 |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동경을 비롯해 올림픽팀(18명)의 절반이 넘는 1997년생 11명의 운명도 자연스런 방향으로 흘러가게 됐다. 지난해 K리그2(2부) 최우수선수(MVP)인 이동준(23·부산)은 “동갑내기 친구들이 입대 시기를 당기려고 고민이 많았다”라며 “좋은 생각만 가지려고 노력했는데 다행히 (최상의 몸 상태로 출전할 수 있도록) 결과가 잘 나왔다”고 말했다. 1998년생이지만 빠른 생일(1월 1일)로 또래인 ‘주장’ 이상민(22·서울 이랜드)도 “축구 선수에게 올림픽은 동기 부여가 큰 대회인데 오랜시간 노력한 것이 헛수고가 될 뻔 했으니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라며 “예민했던 친구들이 이제 기운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회복했지만, 긴장의 끈은 늦추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똑같은 출발선에 섰을 뿐 내년까지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언제라도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에 개막이 연기된 K리그가 하루 빨리 첫 출발에 나서길 바랄 따름이다. 이동경은 “그저 다시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만 하려고 한다. 1997년생 허가를 받았다고 우리가 나간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고 말했고, 이동준은 “한시름을 놨지만 경쟁은 다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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