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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륜,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사상 초유의 경륜 중단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경륜 마니아들은 오매불망 경기 재개를 기다리며 각종 인터넷 사이트나 SNS 등을 통해 과거 경주 동영상 시청과 선수들의 이야기 등을 보며 지루함을 달래고 있다.

‘최강경륜’이 ‘경륜에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이란 주제로 소개된 내용이 올드팬들에겐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어떤 선수가 입성할 수 있을까.

1기 허은회

■원년 멤버-은종진, 허은회

94년 개막한 경륜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자전거를 통해 뿜어져 나오는 스피드와 역전의 역전이 거듭되는 경기 내용으로 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경륜의 이런 신선함과 호쾌함을 이끌어냈던 1등 공신으론 원년 멤버인 은종진(2007년 은퇴)과 허은회가 꼽힌다. 아마 시절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은종진은 사실 부상과 개인사가 겹쳐 많은 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개막 후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국가대표 선배들을 제치며 ‘달리는 보증수표’라는 칭호를 얻었다.

허은회는 데뷔 직전까지 실업팀 지도자로 재직한 3∼4년간의 실전 공백과 서른이란 적지 않은 나이 탓인지 94년엔 은종진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매일 새벽 훈련은 물론 야간 훈련까지 소화하며 전성기 기량을 회복했다. 90년대 초 국내 사이클을 주름잡던 2기 빅 3(원창용 김보현 정성기)에도 주눅 들지 않을 만큼의 경기력을 과시했고 특히 사상 최초로 대상 경륜 3개 대회를 연속해 우승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2기 김보현

■2기 빅 3-김보현, 원창용, 정성기

경륜의 전성기는 대략 1998∼2003년까지라는 게 중론인데 이 시작점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있으니 바로 2기들 그중에서도 빅 3으로 통하는 김보현, 원창용, 정성기다.

정성기가 은종진 허은회와 유사한 추입 젖히기형이라면 원창용은 호쾌한 선행이 주무기였다. 김보현은 상대나 상황에 따라 선행과 추입을 적절히 섞어내며 진정한 자유형의 모습을 나타냈다. 선행 전문 원창용은 리더십도 남달라 김보현과 함께 지역의 대표 선수로 부상하며 창원·경남을 전국 최강팀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2기 정성기

■그리고 엄인영, 주광일

1999년 사상 초유의 연대율 100%를 기록한 엄인영은 결국 주광일과 연대를 이루며 그해 그랑프리까지 움켜쥔다. 엄인영은 당시 3.50 이상의 고 기어를 사용함에도 순간 파워나 스타트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주광일은 데뷔 초엔 엄인영과 비교해 화려함은 다소 떨어지는 듯 보였지만 어느 위치에서 나서도 막판까지 일정한 속도를 유지했던 게 최대 장점으로 꼽혔다.

엄인영은 99년 이후 올림픽까지 출전하는 등 사이클 인생 최고 황금기를 맞이했지만 귀국 후 원인 모를 슬럼프에 두 차례 큰 부상이 겹치며 2006년 눈물의 은퇴를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엄인영은 온화하면서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후배 관계 역시 돈독했는데 독보적인 성적과 인품을 바탕으로 수도권을 규합하며 수도권이 지역 최강으로 우뚝 서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은종진과 함께 어찌 보면 짧지만 굵고 강렬했던 경륜 인생이었고 남긴 족적 역시 매우 컸다. 엄인영은 현재 국가대표 감독직을 수행하며 지도자 생활 역시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강경륜’ 박창현 발행인은 다음 편에서 경륜의 황금 시대를 연 지성환, 현병철, 홍석한 그리고 조호성 선수 등의 활약상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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