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124년 만의 이변’ 마라톤 없는 보스턴의 봄

2008년 4월21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홉킨턴을 출발한 보스턴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의 모습. AP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탓에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가을로 연기되면서 마라톤 참가자들로 북적이던 거리는 124년 만에 처음으로 한산한 봄을 보내게 됐다. AP통신은 20일 보스턴 마라톤의 출발 지점인 미국 매사추세츠주 홉킨턴의 쓸쓸한 풍경을 전했다.

보스턴육상연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0일 개최할 예정이던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9월15일로 연기했다. 1924년부터 4월 셋째주 월요일마다 열리던 이 대회가 순연된 것은 대회 사상 최초다. 1만6000여명 주민이 살고 있는 홉킨턴도 예년과는 다른 봄을 보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마라톤 대회를 앞둔 주말 홉킨턴에는 통상 3만명 이상이 모인다. 대회 참가자만이 아니라 푸드트럭과 관광객들까지 몰려와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엔 마라톤을 상징하는 동상 3개가 세워져 있고, 국제마라톤센터도 이 지역에 건립될 예정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보스턴 마라톤 등 모든 마라톤 대회가 취소됐고 동상들의 얼굴엔 천 마스크가 씌워졌다. 운동화를 파는 스포츠용품점들은 경영난으로 휴업 중이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은 결승점 부근에서 폭발물 테러가 일어나 3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치는 아픔을 겪었다. 그 후 봄마다 주민들은 홉킨턴에서 코플리 광장으로 이어지는 42.195㎞의 마라톤 코스에 재생과 복원력을 의미하는 노란 수선화 화분 수천개를 갖다놓는다. 올해 대회가 가을로 연기돼 수선화가 감상해줄 사람 없이 시들어갈 운명에 처하자 주민들은 이 화분들에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지역 병원들로 보냈다.

주민들은 코로나19가 지나가고 대회가 재개될 날만을 고대하고 있다. 홉킨턴 주민이자 보스턴 마라톤 대회 감독관 출신인 팀 킬더프는 AP통신에 “(대회가 중단된 동안) 억눌린 에너지가 대규모로 축적될 것”이라며 “(대회가 재개된 후) 그 에너지가 마라톤 코스에 펼쳐 보여질 것이고, 이것이 보스턴 마라톤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