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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저 산 너머’ 들리는 은은한 찬송가

영화 ‘저 산 너머’ 공식포스터,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편파적인 한줄평 : 건강해도, 심심한 맛.

은은한 찬송가가 112분간 이어진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신부가 되기로 결심하기 직전까지 어린 시절이 한국의 천추교 역사와 엮이며 펼쳐진다. 물론 무교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쉬운 전개지만, 아주 심심한 맛에 자칫 눈꺼풀이 감길지도 모르겠다. 영화 ‘저 산 너머’(감독 최종태)다.

‘저 산 너머’는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시절, 가족의 사랑 속에서 마음밭 특별한 씨앗을 키워간 꿈 많은 7살 소년 김수환(이경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순수한 작품 세계로 사랑받은 고 정채봉 동화작가가 고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과 정신을 엮어낸 원작을 영화화했다.

이 작품엔 해맑은 피가 흐른다. 그 주역은 아이들이다. 아역 이경훈의 때묻지 않은 연기가 다른 아이들과 어우러지고, 곳곳에 웃음보를 건드는 사건들이 배치돼 마음 편히 미소짓게 한다. 특히 이경훈은 “장가도 못 가는 신부, 되기 싫다”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어린 ‘김수환’의 성장과 내적갈등을 그만의 풋풋한 매력으로 완성한다. 2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이유가 분명 있었다. 아이들이 이끄는 전개에 심심한 맛이 나다가도 그의 연기에 ‘피식’ 입꼬리를 올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1846년 병오박해부터 이어진 천주교 역사와 그 안에서 강한 신앙으로 빚어진 ‘수환’ 가족들의 이야기에선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그 중 ‘마음밭에 천주(하느님) 씨앗이 심어졌다’며 두 아들에게 신부가 되길 바라는 엄마 ‘서중화’(이항나)의 선택은 누군가에겐 피도 이길 수 없는 믿음으로, 누군가에겐 어린 아이에겐 조금 가혹한 강요로 비친다. 시대상을 고려해봐도 극 중 서중화가 혈육도 이길 만큼 강력한 신앙을 갖게 된 설득력이 부족한 탓에, 타종교거나 무교인 사람은 그와 아들들의 서사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에만 집중한 선택은 좋다. 위인전처럼 고루하게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을 깔끔하게 제거하며, 관객이 이야기 자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에필로그에 등장한 고 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은, 그래서 더 반갑고 그립다. 오는 30일 개봉.

■고구마지수 : 1개

■수면제지수 :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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