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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윤소 “지금이 내겐 ‘꽃길’, 여한이 없어요”

배우 최윤소, 사진제공|빅픽처엔터테인먼트

“지금이 제겐 ‘꽃길’이에요. 여한이 없다고 말할 수 있어요. 10년을 연기해왔는데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있었거든요? 직업란에 ‘배우’라고 써도 될까 싶을 정도로 자신감이 없었죠. 늘 ‘배우 최윤소입니다’라고 인사하길 주저했어요. 직업을 물어보면 ‘프리랜서’라고 답한 적도 있죠. 하지만 이젠 조금이라도 도전의 성과를 거둔 것 같아요. 악녀나 ‘차도녀’만 어울리는 게 아니라 다른 얼굴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줬거든요.”

최윤소는 함박 웃음을 지었다. 23.9%(닐슨코리아 집계, 전국기준)란 높은 시청률을 찍은 KBS1 ‘꽃길만 걸어요’를 무사히 끝낸 기쁨이 얼굴에 가득했다. 부침 많은 ‘배우의 길’을 버텨낸 덕분에, 그가 연기한 여주인공 ‘여원’처럼 ‘꽃길’을 맞이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이제 아무 생각 안 하고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잠도 많이 잘 거란 생각에 너무 행복하네요. 하하.”

최윤소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꽃길만 걸어요’를 끝낸 소감부터 주변의 변화, 연기에 대한 욕심 등을 시원하게 털어놨다.

■“양희경 선배, 정말 사랑하게 됐어요”

극 중 남편을 잃고 시댁살이까지 하는 여원의 이야기에 그는 쉽게 빠져들어갔다. 미혼이라 그 정서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법 한데도, 양희경의 눈만 바라보면 모든 게 해결됐다는 그다.

“정말로 양희경 선배를 사랑하게 됐어요. 편지로도 마음을 전달할 정도로요. 양희경 선배의 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젖어요. 그 눈빛을 보며 손만 잡아줘도 연기에 몰입할 필요도 없이 울컥하더라고요. 계산이나 계획 없이 눈물이 흘려지고 감정이 토해지던데요. 그래서 선배를 더 존경하게 됐어요.”

123회차 긴 레이스를 달려오면서 힘든 고비도 여러번 있었다. 특히 ‘여원’을 향한 무차별적 악플이나 비난의 반응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고.

“이 작품은 ‘여원’의 서사가 중요했어요. ‘꽃길’을 걸으려면 ‘흙길’부터 보여줘야 비교가 되잖아요? 그래서 초반 고구마 먹은 것처럼 답답하게 구는 장면이 필요했는데, 그 시기에 악플과 비난이 쏟아져 저도 힘들었어요. 하루종일 촬영하다 지친 채로 방송을 보면 여원을 탓하는 댓글들이 많아 위경련까지 났죠. 약을 달고 살았어요. 전 이 연기가 맞고 설득력 있게 다가가고 싶었는데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중반 이후 여원이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찾아나서면서 악플을 쑥 줄었다. 대신 ‘여원을 응원한다’는 반응이 커졌다. 덩달아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엄청 늘어났다.

“요즘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다녀도 어머니들이 다 알아보더라고요. 그만큼 눈에 익었던 모양이에요. 정말 감사하고 기뻤죠. 이전엔 드라마 주조연으로 참여해도 눈에 남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제대로 사랑받는 게 실감나요. ‘진정성은 통한다’는 진리를 또 한 번 확인한 셈이죠.”

■“연기,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자식 같은 존재죠”

데뷔는 2003년 KBS2 ‘산장미팅’이었다. 스무살 멋모르는 나이에 연예계에 입성했지만 정작 연기는 할 수 없었다.

“전 데뷔작을 2011년 SBS ‘시크릿가든’이라고 말하곤 해요. ‘산장미팅’에 출연한 이후 VJ나 리포터만 했지, 연기를 한 건 아니니까요. ‘시크릿가든’이 배우로서 데뷔작이에요.”

이후론 줄곧 악녀나 도도한 부잣집 딸 같은 역만 맡았다. 그게 그에겐 갈증이 됐다.

“제 안에 따뜻함이 있는데 왜 자꾸 못된 캐릭터만 들어올까 고민이었어요. 그러다 ‘꽃길만 걸어요’ 여원으로 데뷔 후 처음 착하고 순한 역을 연기한 거예요. 정말 좋았죠. 제가 가진 또 다른 이미지와 가능성을 보고 출연 제안을 해준 것 아니에요? 심지호 선배도 처음 절 보곤 ‘악역인 줄 알았는데 선역도 참 잘 어울리는구나’라고 하더라고요. 제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안도했어요.”

이제 37살. 비혼주의는 아니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린다고 귀띔했다.

“외모나 직업이 괜찮으면 좋겠지만, 결혼할 사람이라면 제 자신이 드러나도 내숭떨지 않고 살 수 있게 편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런데 만날 기회가 거의 없어 속상하네요. 요즘은 특히나 마스크 쓰고 용건만 간단히 하는 시대라 더더욱요.”

마지막으로 그의 꿈을 물었다.

“계속 연기하면서 사는 게 꿈이에요. ‘믿고 보는 배우’나 ‘천만 배우’가 아니어도 돼요. 멋진 사람들만 살아남으란 법 없잖아요? 유명한 배우 아니더라도 제 작품을 응원해주는 사람들만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해요. 행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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