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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우울증’ 불렀던 ‘개그콘서트’의 몰락…결국 폐지설까지 ‘모락모락’

‘개그콘서트’의 마지막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은 서수민 KBS PD와 개그맨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역사와 동일어였던 ‘개그콘서트’가 부진을 거두지 못한 채 결국 폐지설까지 나왔다.

KBS2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결국 폐지설까지 나왔다. 폐지설은 이날 언론 보도로 제기됐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개그콘서트’는 오는 20일 마지막 녹화를 끝으로 폐지가 잠정 결정됐다. 한 관계자는 “모두가 아쉬워하는 상황 속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BS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일단 말을 아꼈다.

‘개그콘서트’는 1999년 첫 방송으로 시작으로 KBS의 대표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시청자의 사랑도 대단했다. 2003년 8월 방송된 200회 특집 방송은 시청률 35.3%(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으로 역대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3위에 올라있다.

‘개그콘서트’의 역사는 한국 개그 프로그램의 역사라 봐도 무방하다. 수많은 개그맨들이 ‘개그콘서트’를 거쳤고 여기서 스타가 수없이 탄생했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개그 스타’가 끊임없이 ‘개그콘서트’로 대를 이어왔다.

‘개그콘서트’에서 히트한 수많은 명 코너들은 지금도 회자될 만큼 대중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다. 여기서 탄생한 수많은 유행어들은 국내 대중사에도 기록될 정도다.

‘개그콘서트’의 몰락은 2010년대 초중반부터 조짐이 보였다. 한국갤럽에서 2015년 12월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에서 ‘개그콘서트’는 순위권(20위) 밖으로 밀려나면서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10%대 중후반을 찍어왔던 시청률은 2016년대에 9.85%를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했다. 지난해 5월 역사적인 1000회 방송 시청률은 8%에 불과했다.

최근 방송가 트랜드는 대본처럼 짜여진 ‘콩트’에서 진짜 처럼 포장된 ‘가짜’를 지향하면서 큰 변화를 맞았다. ‘리얼리티 예능’을 거쳐 최근엔 ‘관찰 예능’이 예능 방송의 주를 이루고 있다.

개그콘서트 개그맨 김준호, 김대희, 손별이, 박진호, 서태훈, 오나미, 이상훈, 이수지, 유민상이 10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900회 특집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유튜브를 비롯한 개인방송의 범람도 ‘개그콘서트’의 웃음을 밋밋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개인방송에서 수위 높은 ‘센 개그’가 일상화되면서 지상파 방송의 콩트는 밋밋함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로 주 시청층이었던 10~20대층의 외면이 가속화됐다. 2015년 7월 조사에서 10~20대의 ‘개그콘서트’ 선호율은 1%대로 추락했다.

매체와 트랜드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도 몰락의 원인이다. ‘개그콘서트’는 대중에게 ‘노잼콘서트’로 불릴 만큼 대중의 완전한 외면을 살 때까지 기존 방식을 고수했다.

지난해 말 방송 시간대를 토요일로 옮긴 데 이어 금요일로 재차 옮겼고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으나 최저 시청률을 연이어 갱신하며 시청률이 2%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선 ‘개그콘서트’를 회복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면서 종영론이 점차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개그콘서트’의 폐지는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의 종말과도 같다. MBC, SBS가 ‘개그콘서트’의 인기에 밀려 폐지를 결정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공개 코미디 형식의 개그 프로그램은 tvN의 ‘코미디 빅리그’가 유일하다. 최후의 보루라는 상징성이 있던 ‘개그 콘서트’의 폐지설에 지상파 공채 출신 개그맨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로 코미디언 이용식은 이날 페이스북에 “개그맨 후배들도 코로나19로 힘든 나날을 버텼고 이제는 고생한 국민에게 웃음을 드려야 하는데 폐지라뇨”라면서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제발 가짜뉴스이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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