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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하의 러브월드] 야동과 성문화를 조여오는 규제에 대한 잡소리②

항상 의문이 드는 게 하나 있다. 가끔은 너무 궁금해서 잠을 설칠 정도다. 법이란 게 명확하다면 좋으련만, 그냥 크게 뭉뚱그린 느낌이 강하다. 예컨대 ‘미풍양속’, ‘사회질서’ 뭐 대충 이런 문구들이 주로 쓰인다. 도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미풍양속이냐고.

성인용품을 예로 들자면, 통관이나 판매 기준이 항상 바뀐다. 통관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누가 되느냐, 지금 사회 이슈는 무엇이냐 대략 이런 것에 따라서. 언제는 멀쩡하게 판매되던 제품이 갑자기 금지되거나, 몇 년 동안 통관에 문제 없던 제품에 갑자기 통관 불허가 뜬다든가.

이런 문제들이 성인용품 시장 형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밀수를 통해 물건을 들여오는 이른바 ‘보따리 장수’만 신난다. 합법 사업체는 죽을 맛이다. 이미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으로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해외의 성문화, 성인용품 문화를 아는데, 통관을 막는다고 안 쓰겠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n번방 방지법’도 비슷하다. 이 법을 보노라면 한국이 성을 대하는 특유의 ‘뭉뚱그림’이 또 보인다. ‘성인 대상 불법 성적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거 굉장히 무섭다.

일단 ‘성인 대상 불법 성적 촬영물’이라는 기준이 궁금하다. 사실 국내 기준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발매된 AV 작품들도 사실은 불법 성적 촬영물에 포함되니까. 혹자는 “에이, AV는 포함 안 돼요” 하는 식으로 옹호하고 있지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다니까.

성과 관련해 뭔가 애매해 보이는 법은 재판관이 누구냐, 검사가 누구냐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기준이 바뀐다.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그렇다. 불법 유해 사이트 차단이 처음 도입될 때도 그랬고, 아동청소년보호법이 처음 생겼을 때도 그랬다. 그러니까 확실해야 한다는 거다.

전신 리얼돌만 해도 그렇다. 대한민국 대법원이 통관 합법에 손을 들어줬는데도 통관이 어렵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통관 관리자 등은 여전히 ‘미풍양속과 사회질서’를 운운하며 통관을 거부한다. 법이 손을 들어줘도 이 정돈데 무슨.

그러니까 성문화 시장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죽을 맛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좋을지 감이 안 올 때가 많다. 명확한 법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싶은데 매번 벽에 부딪힌다.

모 성인 배우의 팬미팅을 준비할 때였다. 대관 예약도 끝났고, 이벤트 준비가 다 끝났다. 근데 갑자기 대관 장소가 있는 구청의 태클이 들어오더라. “이건 한국 정서와 맞지 않고…”로 시작되는 설교를 듣는데 관자놀이가 아프더라. 결국 못했다. 돈도 날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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