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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팔아야 삽니다”…K3·K4리그의 생존법 ‘셀링리그’

전주시민축구단 신예 김도훈(왼쪽)이 지난 16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한국철도축구단과의 K3리그 개막전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전주시민축구단 제공

“우리는 팔아야 삽니다.”

따사로운 봄날 첫 발을 내디딘 K3·K4리그의 화두는 ‘셀링(selling)’이다. 2020년 아마추어를 벗어나 세미프로로 새롭게 출범한 K3·K4리그는 선수를 파는 이적료에서 생존의 길을 찾는다. 프로처럼 관중 수입이나 TV중계권 수익, 머천다이징 판매 등으로 재정적 토대를 마련하기는 어렵다. 대신 재기발랄한 어린 선수를 육성해 상위리그로 보내 스폰서 유치로는 부족한 10억원 안팎의 운영비를 충당해야 한다.

K3·K4리그의 생존법은 출전 규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한축구협회는 프로축구 K리그1·K리그2의 바로 아래 단계로 통합 출범하는 첫해인 올해 K3리그 선발(11명)과 교체 선수(7명)를 합친 출전명단에 23세 이하 선수와 21세 이하 선수를 각각 2명과 1명씩 포함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K4리그는 아예 21세 이하 선수만 3명이다. 선발 출전까지 강제하지는 않지만 교체 명단에 저연령 선수를 넣지 않을 경우 그만큼 교체 명단이 줄어드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성적에 꼭 필요한 베테랑 선수의 기용을 막지 않으면서 젊은 선수들의 육성도 보장하겠다는 의도다.

K3·K4리그를 관장하는 협회 디비전팀 관계자는 “프로축구에선 올해부터 22세 이하 선수의 선발 출전이 의무화됐다. K3·K4리그에서 21세 이하 선수가 기량을 입증한다면 프로팀으로 이적의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채찍과 함께 당근도 마련했다. 2022년까지 K3·K4리그의 저연령(21세 이하) 유망 선수 육성을 위해 매년 각각 6400만원과 5200만원의 정책지원금을 분배하기로 했다. 독립 법인으로 설립된 K3리그와 K4리그 구단은 출전 규정 준수와 함께 저연령 선수들의 시즌 출전 시간(K3리그 최소 1350분·K4리그 최소 1080분)의 총합에 따라 최대 1200만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올해 K3리그의 우승과 준우승 상금이 각각 1억원과 3000만원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전주시민축구단은 셀링리그의 롤 모델이다. K3리그 원년(2007년) 멤버인 전주시민축구단은 아예 10대 선수들이 경기를 뛴다. 올해 울산 현대고를 갓 졸업한 신예 김도훈(19)과 민지홍(19)이 지난 16일 대전한국철도축구단과의 개막전에서 선발 출전의 영광을 누렸다. 지난해 FA컵 준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대전한국철도축구단의 노련미를 넘지 못하면서 0-3으로 완패했지만 거꾸로 젊은 선수들의 기량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정수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례적으로 프로가 아닌 전주시민축구단의 다음 경기 현장 방문을 예고했다는 소문까지 났다.

고병권 전주시민축구단 단장은 “셀링리그가 나쁜 게 아니다. K3리그팀으로 중·고교팀까지 운영하는 우리 팀은 한국 축구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를 키운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K3·K4리그에서 제2·제3의 전주시민축구단이 나오려면 두 가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선수를 팔고 얻는 이적료가 구단의 계좌로 들어갈 수 있도록 각 구단의 법인화 작업이 시급하다. 또 영세한 구단들이 장기 계약을 맺기 힘든 현실을 감안해 프로팀들이 K3·K4리그의 선수를 데려갈 땐 일정 금액 이상의 이적료를 보장하는 프로축구연맹과 협회의 규약도 마련해야 한다. 협회 디비전팀 관계자는 “법인화는 오는 9월30일까지 마치기로 결정됐고, 규약은 물밑에서 타진하고 있는 단계”라며 “아직 통합 출범 첫해라 부족한 게 많지만 앞으로 K3·K4리그가 셀링리그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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