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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투수에 밀리지 않고 '3승'…KT 소형준 “한 수 배우며 던졌다“

KT 소형준이 28일 수원 KIA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와 미래의 에이스가 될 특급 신인이 처음으로 마주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던 ‘대투수’ 양현종(32·KIA)과의 대결이었다. 고졸신인 답지 않은 노련한 투구와 배짱으로 주목받는 ‘특급신인’ 소형준(19·KT)은 밀리지 않았다. 장타 두 방을 맞았지만 뚝심있게 버텨 조금 일찍 찾아온 대선배와의 선발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했다.

소형준은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9안타 1볼넷 2삼진 5실점을 기록하며 KT의 6-5 승리를 이끌어 시즌 3승째를 거뒀다.

양현종도 투구 수 94개로 5이닝을 던졌으나 11안타 2볼넷으로 6점을 내주며 패전 투수가 됐다.

양현종은 현재 KBO리그 최고의 에이스다. 양현종이 2017년 한국시리즈에서 완봉승을 거두고 포효하고 있을 때 고교 1학년이던 소형준은 올시즌 개막도 하기 전부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혀왔다. 데뷔전이었던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에서 선발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데뷔한 소형준은 개막후 4번째 등판에서 양현종과 대결을 맞이했다. 소형준은 “국가대표를 책임지는 에이스가 되고 싶다”고 꿈꾸고 있다. 양현종은 소형준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꿈의 대결이었다. 타선이 득점을 할 때는 밝게 웃으며 기쁨과 설렘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소형준은 마운드 위에서는 한결같은 표정으로 신중하게 투구했다.

장타 두 방을 맞았다. 실점도 먼저 했다. 1회초 선두타자 박찬호를 내야안타로 내보낸 뒤 2번 프레스턴 터커에게 직구를 던져 우중월 홈런을 맞았다. 3회에도 터커에게 2루타를 맞은 뒤 4번 나지완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추가 실점한 소형준은 5회초에는 2사 2루에서 나지완에게 좌월 2점 홈런을 내줬다. 또 직구에 장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역시 나이와 경험에 비해 노련한 모습으로 버텨냈다. 2회에도 2사후에 1루수 실책이 나오면서 2사 1·2루 위기를 맞았지만 박찬호를 내야 땅볼로 유도해 끝냈고, 4회초에도 2사후 김규성에게 안타와 도루를 허용해 득점권에 주자를 보냈지만 역시 9번 한승택을 내야 땅볼로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KT의 타자 선배들은 4회말 양현종을 한 번에 공략해 막내를 지원했다. 1사후 9번 오태곤부터 5번 황재균까지 6타자가 5안타에 야수선택까지 더해 연속 출루하며 대거 5점을 뽑았다. 1-3으로 뒤지던 KT는 단숨에 역전하며 소형준은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소형준은 “선발 대결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양현종 선배님께 한 수 배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들어갔다. 타자들과 어떻게 싸우는지, 경기 운영이나 위기관리, 완급조절 등 많은 것을 유심히 지켜봤다”며 “홈런 맞은 공 2개 모두 직구를 던졌는데 몰리거나 높아 실투가 나왔다. 실투를 줄여야겠고, 오늘은 타자 선배님들이 득점을 많이 해주셔서 이길 수 있었지만 다음 경기에서는 꼭 내가 잘 던져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소형준은 이날 사직 롯데전에서 5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또 한 번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을 기록한 허윤동(19·삼성)의 소식에도 귀를 기울였다. 소형준과 허윤동은 유신고 동기로 올해 같이 KBO리그에 데뷔했다. 소형준이 지난 8일 두산전에서 역대 8번째로 고졸신인 데뷔전 선발승을 거둔 데 이어 친구인 허윤동이 9번째 기록을 갖게 됐다.

소형준은 “어젯밤에 윤동이가 갑자기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고 해서 무슨 사고를 친 건가 하고 연락했었다”고 웃으며 “같은 날 등판하게 돼 서로 파이팅 하자고 했는데 잘 했나보다. 집에 가면서 어떻게 던졌는지 봐야겠다. 데뷔전 선발승 축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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