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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초점] ‘낯설거나 혹은 무섭거나’…韓 개봉작 속 ‘가족’은?

영화 ‘초미의 관심사’ 속 조민수와 치타, 사진제공|(주)트리플픽쳐스

코로나19를 뚫고 관객과 만남에 나선 국내 개봉작엔 공통점이 있다. ‘가족’이란 화두를 던진다는 것이다. 흔히 알고 있는 가족의 이미지를 비틀거나 장르적 장치로 활용하면서 이야기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 ‘국도극장’, ‘침입자’가 그 주인공이다.

■“가족은 다 같아야 하니?”

27일 개봉한 영화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는 돈을 갖고 튄 막내를 쫓기 위해 단 하루 손잡은 극과 극 모녀의 추격전이다. 다양성의 아이콘 이태원을 배경으로 ‘딸 같은 엄마’와 ‘엄마 같은 딸’의 화합기를 그린다.

영화 속 ‘가족’은 낯설다. 모성애라곤 조금도 보이질 않는 철없는 엄마(조민수)가 집 나간 딸 순덕(치타)을 십수년만에 찾아가 한다는 말이 “네가 동생 제대로 키웠어야지”다. 딸도 만만치 않다. 둘째가 1년 전 집을 나갔다는 소리에 엄마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우리가 언제 연락을 했어. 오손도손 안부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잖아”라고 되받아친다.

‘초미의 관심사’는 희생과 이해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가족상을 거부한다. 대신 ‘다름을 인정하는 법’을 보여준다. 이 낯선 가족을 따라가다보면 관객들도 어느새 함께 살아나가는 것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된다.

‘국도극장’ 속 가족은 어떤 모습일까. 사진제공|명필름랩

■가족이라고 다 이해할까?

29일 극장과 VOD로 동시 개봉하는 ‘국도극장’(감독 전지희)은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사는 게 외롭고 힘든 사시 6수생 ‘기태’(이동휘)가 고향 벌교로 내려가 뜻밖의 위로를 받고 성장하는 내용을 담은 이 작품에서 ‘가족’은 극 초반 ‘짐’으로 그려진다.

‘외롭고 무서운 서울’이 싫어 고향으로 내려왔지만 반기는 이는 아무도 없다. 늘 ‘기태’를 무시하는 큰형과 치매를 앓아도 큰형밖에 모르는 엄마, 그 사이에서 주인공은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엄마의 병세가 더 심해지자 형은 아내와 자식만 데리고 이민을 택한다. 결국 폭발해버린 기태 앞에서 형은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처지를 털어놓는다. 형의 마음도 모르고 막 대했던 지난날에 말문이 막힌 기태는 그때부터 서서히 바뀐다.

‘국도극장’은 기태의 정신적 성숙을 돕는 장치로 ‘가족’을 활용한다. 각성한 기태가 치매를 앓는 엄마를 요양원으로 데려다주는 장면에선 묘한 울림까지 전한다.

영화 ‘침입자’ 속 김무열과 송지효.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혈육이라고 무조건 떠안아야 할까

‘침입자’는 가족을 통해 서스펜스를 만든다. 25년간 실종된 여동생이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을 러닝타임 102분 안에 담는다.

이 작품은 극적으로 상봉한 여동생을 아무 거리낌없이 가족의 일원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 삶의 방향, 과거, 환경이 서로 다를 땐 어떤 균열이 올 수 있는지 섬뜩하게 보여준다.

손원평 감독은 “출산한 뒤 가진 여러 생각을 기반으로 쓴 시나리오다. 만약 내 기대와 다른 사람이 집으로 돌아온다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낯선 이가 돌아온다면 이 낯선 존재를 받아드릴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 쓰기 시작했다”며 ‘가족’의 기존 이미지를 변주한 이유를 설명했다. 가장 친숙해야 할 존재를 공포의 대상으로 바꾸며 장르물로서 가져야하는 스릴을 획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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