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존중을 받으려면 먼저 존중해야 한다①

“누구세요?”

처음으로 초등학생이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온 선생님이에요.”

나는 휴학과 동시에 청년 일·경험 사업을 통해 해성지역아동센터로 출근을 하게 됐다. 평소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어린이에게도 존댓말을 써야 한다”고 알려주셨고, 교수님의 가르침대로 꼬박꼬박 존댓말로 아이들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친구는 이름이 뭐예요?” 일을 시작한 후 2주 정도는 아이들 이름을 외우느라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어느 날 한 아이가 물었다. “선생님은 왜 저희한테 존댓말을 하세요?” 나는 “어린이도 존중받을 자격이 있으니까”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나 아이는 “어린이는 존중 안 받아도 되는데…”라고 했다. “아니에요. 어린이도 존중받아야 해요!”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어른들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어린이는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아이의 대답 때문인지 나는 계속해서 존댓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짓궂은 아이들이 나에게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웠다. 스스로 반말과 존댓말에 대한 질문들을 다시 던져 보았다. 반말과 존댓말의 선은 무엇인지, 어디까지인지. 결국 명확한 답을 찾진 못했지만, 아이들과 친밀해질수록 반말을 사용하게 됐다. 그러나 내가 반말을 사용한다고 그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존중받고 싶다면 상대를 존중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고, 종종 아이들에게 “존중받고 싶으면 존중하세요”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루는 초등학생 아이에게 욕설을 들었다. 6학년 아이와 4학년 아이가 말다툼을 하고 있었는데, 6학년 아이는 평소 폭력성을 보였던 아이였고 4학년 아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고 있던 아이였다. 먼저 시비를 걸기 시작한 것은 6학년 형이었다. 당연히 6학년 형을 먼저 혼냈다.

“너, 왜 그렇게 말해?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 그때 아이로부터 돌아온 대답이 ‘ㅆㅂㄴ’이었다. 귀가 빨개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무척 불쾌했지만 침착해 보기로 하고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뒷걸음질만 반복할 뿐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선생님 좀 봐. 왜 그렇게 말했어?” “……” 아이는 계속 대답하지 않았다. “선생님한테 왜 화가 난 거야? 선생님한테 말을 해줘야 알지.” 몇 번의 설득 끝에 아이가 중얼거렸다. “선생님은 저만 혼내잖아요.”

혼자만 혼이 나서 억울한 모양이었다. 화가 났지만, 아이에게 먼저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랬구나. 네가 느끼기엔 혼자만 혼나는 것 같아서 화가 났구나? 그렇게 느끼게 한 것은 선생님이 진심으로 미안해. 사과할게.” 그런 다음 나의 감정을 전달했다. “그래도 선생님한테 그렇게 말하면 선생님도 기분이 나빠. 그런 말 쓰지 말아줘. 선생님도 조심할게.” “네….” 그날 이후 아이와 사이가 나빠질 것 같아서 걱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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