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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공 누가 줍나요…무관중 시대, 야구장의 새로운 일거리들

KT 마스코트 또리가 경기 중 관중석의 파울 타구를 수거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이승엽이 56홈런을 친 2003년, 야구장에는 역사적인 홈런공을 잡기 위한 잠자리채가 등장했다. 자녀를 데리고 야구장에 가는 아빠들은 글러브 하나쯤은 준비하곤 한다. 관중석으로 날아오는 파울 타구를 멋지게 잡아주는 아빠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2020년 야구장에는 공을 잡을 관중이 아무도 없다. 홈런도 파울 타구도 여전히 쏟아지지만 공은 텅 빈 관중석 어딘가로 쿵 하고 떨어져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 그렇다고 마냥 공들을 방치해둘 수는 없는 법. 떨어진 타구를 수거하는 것은 무관중 시대 야구장의 새로운 일거리가 되었다.

KIA처럼 그대로 둔 뒤 다음날 경기 전 한꺼번에 수거하는 구단도 있지만 대부분 구단은 경기 중 그때그때 파울 타구를 수거한다. 내·외야 관중석으로 떨어지는 타구들은 경기당 20개 가량 된다. 그때마다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봐두고 주우러 관중석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대부분 경기 중 관중석을 지키는 구단 경호 요원들이 수고해주고 있다. 일부 구단은 이 파울 공을 수거해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은 뒤 팬들에게 이벤트 경품으로 나눠주는 행사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끔은 구단 마스코트들이 직접 공을 주우러 다니기도 한다.

SK 노수광이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출근길에 입구에서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SK 와이번스 제공

무관중 상태로 경기한다고 해서 야구장이 결코 한가하지만은 않다. 경기 중 공을 수거하러 돌아다녀야 하는 것처럼 오히려 새로 생긴 일거리들이 있다.

경기장에 출입하는 모든 이들을 일일이 체크하는 것도 지난해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업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장에 출입하는 모든 이들의 체온을 재고 출입 시간과 함께 기록하며 신원을 확인하는 일은 어쩌면 현재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되었다.

경기가 있는 날 야구장에 출입하는 인원은 다양하다. 선수단부터 구단 직원들, 심판 등 경기 운영 관련자들, 그리고 방송과 신문 취재진이 있다. 대부분 구단이 선수단의 체온 체크는 트레이너를 통해서 더 철저히 관리한다. 선수단 외 출입 인원에 대한 확인 업무는 역시 대부분 구단이 경호 요원들에게 맡기고 있다. 잠실구장의 경우에는 구장 경비직원이 맡았다. 야구장에는 보통 경기가 시작하기 3~4시간 전부터 관계자들이 등장한다. 그때부터 실질적으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오가는 사람들을 체크하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상당히 고된 업무다.

KT의 비대면 라이브 응원 중계팀이 경기 중 응원단 곁에서 작업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팬들이 야구장에 오질 못하고 온라인으로 응원하는 시대다. 그래도 팬 서비스는 계속돼야 하기에 구단들이 새로 도입한 업무도 있다.

SK와 KT는 홈경기에서 비대면 라이브 화상 응원전을 진행하고 있다. LED 리본보드 등 경기장에 설치된 전광판을 적극 활용해 팬들의 영상과 음성은 물론 응원 메시지까지 경기 중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참가하는 팬은 경기 내내 온라인으로 연결된 채 전광판을 통해 응원 모습이 노출된다. 이를 위해 팬들의 신청을 받아 직접 연락·관리를 하고, 영상 중계까지 구단이 모두 소화하고 있다.

SK가 인천 행복드림구장의 전광판을 통해 언택트 응원을 펼치고 있다. SK 와이번스 제공

KT는 외부 업체와 계약을 통해 비대면 라이브 응원전 중계 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총 6명의 인원이 경기 중 응원단상에서 팬들과 응원단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업무에 투입된다.

SK 구단은 기존에 팬 서비스 업무를 맡는 고객가치혁신그룹 직원들을 모두 이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관중에 대한 오프라인서비스가 온라인서비스로 바뀐 셈이다. SK 구단 관계자는 “팬들이 야구장에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단들도 새로운 업무를 통해 새 경험을 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 여러가지로 내공을 쌓아 나중에 또 생길지 모를 상황을 대비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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