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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주영 “젠더프리 이미지? 의도한 건 아녜요”

배우 이주영, 사진제공|싸이더스

배우 이주영은 독특한 위치에 서있다. 트렌스젠더(JTBC ‘이태원 클라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가 하면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영화 ‘춘몽’)도 그럴듯하게 재현해낸다. 고정관념에 대해 묻는 4차원 간호사(영화 ‘메기’)도 그의 얼굴에서 나왔고, 여자 역도 선수도 그가 빚어낸 캐릭터다.

“약자나 소수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권리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권, 동물권 등에서 조금 취약한 시나리오는 지금 시대에선 퇴보했다고 평가받잖아요? 이미 예술가들도 이런 주제에 관심이 많고, 작품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죠. 저 역시 이런 문제에 대해 조심하고 있어요. 혹시나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닐까 고민도 하고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양질의 좋은 문화가 만들어지는 거겠죠.”

영화 ‘야구소녀’ 속 이주영.

그는 이미 ‘젠더프리 이미지’를 지닌 독보적 여배우로 꼽힌다.

“그런 이미지를 의도한 것도 아니고, 의도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에요. 그저 선택했던 작품들의 결이 그랬던 거죠. 그 작품들을 선택할 땐 저만의 기준으로 작품성, 혹은 제 흥미가 가는 지점이 반영됐을 거고요. 그 중 상업영화가 아닌 작품성 높은 독립영화들도 많았는데, 운이 좋게도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젠더프리 이미지를 갖게 됐나봐요. 당연한 결과죠. 하지만 앞으로도 어떤 이미지를 갖기 위해 꾀를 부리기보다는 작품이 재밌다면 선택할래요. 그러다보면 다른 이미지가 또 덧붙겠죠?”

이주영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신작 ‘야구소녀’에 관한 다양한 질문과 답을 던졌다.

■“남자 선수들과 한달간 특훈, 이기고 싶던 걸요?”

그는 극 중 야구선수로서 프로세계에 나가고 싶은 여고생 주수인 역을 맡았다.

“이 대본은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일단 이야기가 탄탄했고, 주수인 캐릭터 자체가 매력 있었어요. 어느 연령층이 봐도 좋아할 이야기가 담겨 있었고요.”

너무나도 욕심났던 캐릭터였다. 야구에 대해 조금도 알지 못한 문외한이었지만 고교 야구부 특훈에 한달간 참여하며 자세를 만들어갔다.

“특훈 안에서도 저 혼자 여자이다보니 신기하게도 ‘주수인’의 마음이 더 이해가 가더라고요. 남자 선수들과 겨뤄서 이기고 싶다는 마음도 절로 들었고요. 어떤 부분이 모자른 걸까 고민도 했어요. 이 훈련 자체가 ‘주수인’을 만들어가는 토대가 됐어요.”

프로세계에 입문하려는 수인이지만 모두가 만류하는 상황 속에서 과거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한 뒤 주변에서 ‘다른 길을 가는 건 어때?’라고들 말했어요. 그때마다 ‘해보지도 않고 왜 포기하라고 하지?’라고 생각한 수인처럼, 저도 그런 의문을 품었죠. 그렇게 꿈꾸고 욕망하다가 좌절했던 경험들을 살짝 섞어 ‘주수인’을 더욱 진하게 해석할 수 있었어요.”

■“체대 1년 다니다 연기로 전향, 지금 굉장히 즐거워요”

어릴 적부터 연기자를 꿈꿨던 건 아니다. 오히려 그는 기존 주입식 교육제도에 염증을 느껴 과목 공부 대신 소설책을 즐겨읽었던 ‘별종’이었다. 그 덕분에 체대를 ‘논술’로 들어갈 수 있었다.

“사실 사람들이 제가 몸을 잘 써서 체대를 간 줄 아는데, 전혀 아니에요. 논술로 붙었죠. 물론 1년 다니긴 했지만 그 분야에 대한 욕심은 전혀 없었어요. 그러다 연극 수업을 들었는데 연기에 눈을 떴고, 1년 만에 체대를 그만뒀죠. 지금의 만족도요? 굉장히 즐거워요.”

어떤 배우로 남고 싶다는 거창한 꿈도 없다고 말했다.

“전 오늘만 사는 사람이에요. 거창하게 뭔가를 이뤄나가고 싶다기 보다는 연기를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제가 가진 작은 능력치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렇다면 부모에겐 어떤 딸일까. 그는 ‘수인’처럼 애교는 전혀 없는 딸이라며 ‘크하하’ 호쾌하게 웃었다.

“진짜 무뚝뚝해요. 부모와 떨어져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연락을 자주하는 스타일이 아니죠. 저희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고요. 서로 묵묵히 믿어준다고나 할까요.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하는 편이에요. 가족의 의미를 묻는 작품을 꽤 해왔는데 그때마다 ‘내게 가족은 무슨 의미일까’라고 생각해도, 그때뿐이에요. 고맙고 행복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금방 잊혀지나봐요. 그래서 계속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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