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 인기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석종서 국장 “귀신 소재 고갈? 아직 많이 남았다”

애니 ‘신비아파트’ 기획, 제작 총괄한 바주카 스튜디오 석종서 국장. 그는 ‘신비아파트’시즌3이 보여준 기념비적 기록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또 다른 사명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사진 CJ ENM

과거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는 애니 강국 일본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공식적 창구였다. ‘카우보이 비밥’ ‘명탐정 코난’ ‘몬스터’ ‘달빛천사’ 등 고퀄리티 더빙과 현지화로 국내 ‘애니 덕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렇게 자란 ‘투니버스 1세대’는 부모가 되어 자녀를 위해 다시 한 번 투니버스로 채널을 돌리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일본 판권의 애니는 대부분 사라지고 그 자리에 어느새 성장한 질 좋은 국산 애니메이션이 자리잡고 있기에 때문이다. ‘신비아파트’처럼 말이다.

3월부터 방송된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 엑스(X): 6개의 예언’(이하 ‘신비아파트3’)의 마지막회가 타깃 시청률 10.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를 넘기며 투니버스 개국 이래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초호화 캐스팅 드라마도 두자릿수 시청률이 어려운 요즘 ‘신비아파트’가 세운 기록은 놀라웠다.

CJ ENM 애니메이션사업부 바주카스튜디오 석종서 국장을 만났다. 그는 ‘신비아파트’ 파일럿 프로그램인 ‘신비아파트 444호’(2014)부터 지금까지 모든 작품의 기획과 제작 총괄을 맡고 있다. 일명 ‘신비아파트의 아버지’다.

신비아파트 시즌3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 X 6개의 예언’ 사진 CJ ENM

■신비아파트는 어떻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나

전문 케이블 채널에서 나온 10.2%라는 시청률 수치는 담당PD들도 예측하지 못한 성과였다. 시즌제 프로그램은 가장 주목받는 첫 시즌에 이어 시즌이 거듭될수록 시청률이 하락하는 수순이기 때문.

“PD들은 방송하기 전에 시청률을 예측했는데 다들 소극적이었어요. 저는 6.5%정도 나올거라는 다소 호기를 부렸는데 10%가 넘을 줄은 몰랐죠. 시즌2가 너무나 좋은 시청률을 기록했기에 ‘설마 깨겠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두자릿수를 넘는 것을 보면서 ‘신비아파트’가 ‘될 놈’이란 생각도 들고, ‘오래 갈 수 있겠구나’ 싶은 제작에 대한 사명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신비아파트’는 아이와 함께 보다 어른이 빠지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유명하다. 호러물이긴 하지만 귀신들이 가진 저마다 한 서린 사연은 과거 ‘전설의 고향’을 연상케한다.

“‘신비아파트’의 인기는 장르 때문이 아닐까요? 그간 국산 애니 중에는 호러물이 없었고 초자연적인 것들에 끌리는 아이들의 성향도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또 토종 귀신이 등장하다보니 옆에서 함께 보던 부모님들은 ‘전설의 고향’을 즐겨보던 어린 시절 정서를 떠올리며 빠진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일부에서는 괴기하고 무서운 귀신의 모습이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자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평도 존재한다.

“귀신이라는 소재가 주는 자극적인 부분도 있어요. 그러나 ‘신비아파트’에 등장하는 귀신들은 악귀를 제외하고 대부분 슬픈 사연을 간직한 이들이거든요. 에피소드의 결론은 늘 그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부분을 어루만지는 작업을 꼭 포함시켜요. 가끔 연출적인 부분에서 그런 의견을 주시는 분도 계신데 작품 전체를 보시면 그 안에 담겨진 메시지가 더 크게 남는다는 걸 알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저희 제작진들도 꾸준히 맘카페 등을 통해 부모님들의 의견을 모니터하고 있어요.”

제작자 입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신비아파트’의 에피소드는 자녀나 가족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그 역시 ‘신비아파트’를 보고 자란 5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다.

“매회 고민 속에서 탄생한 에피소드들이라 뭐 하나를 뽑기 힘들지만 물탱크에서 죽은 쌍둥이 아이 귀신 ‘벽수귀’나 자녀에게 줄 인형을 사서 귀가하던 중 사고를 당해 인형뽑기 귀신이 된 아빠 ‘환마귀’ 같은 가족에 관련된 사연이 기억에 남아요. 딸을 키우는 아빠 입장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석 국장의 딸은 ‘신비아파트’의 훌륭한 모니터 요원이었다. 딸이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에 주목했고 딸의 친구가 그에게 보낸 “‘신비아파트’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팬레터에 뿌듯함을 느꼈다. 자식만큼이나 공을 들여 만든 ‘신비아파트’는 그렇게 쑥쑥 성장했다.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의 파생 콘텐츠들, 뮤지컬, 캐릭터 굿즈, 피규어, 실사 드라마. 사진 CJ ENM

■시작부터 남달랐던 신비아파트

대부부의 애니메이션은 인기 원작을 갖고 있다. 반면 ‘신비아파트’는 애초에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된 경우다. 석 국장은 이런 새로운 시도 탓에 ‘신비아파트’는 기획 당시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국내에서 만화 시장이 웹툰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웹툰 원작으로 애니화를 한 적도 있어요. 웹툰은 애니와 스토리텔링의 구성 방식이 다르다보니 오리지널 스토리가 추가로 필요했고 제작이나 사업적으로도 제한적인 부분이 많더라구요. 그 이후 자체 기획 제작을 생각했고 ‘신비아파트’가 탄생한 거죠. 처음에는 내부에서조차 ‘무모한 것 아니냐’ ‘호러가 될 것 같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넘어야할 산도 컸죠. 정말 힘들게 ‘신비아파트 444호’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다행히 반응이 좋아 ‘신비아파트’를 제작할 수 있었어요.”

무모함이 현실이 되면서 그 이후 확장성은 급물살을 탔다. ‘신비아파트’는 그 어떤 애니메이션보다 파생 콘텐츠나 상품이 많이 만들어졌다. ‘캐릭터 굿즈’, ‘뮤지컬’ ‘서적’ ‘게임’ 웹드라마 ‘기억, 하리1, 2’ ‘연애공식 구하리’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전시회 ‘신비아파트 미디어 어드벤처:내가 구하리!’까지.

“사실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추세를 보면 원작보다는 제작사 중심의 자체 기획작 애니메이션이 많거든요. 우리는 그동안 일본 애니 제작방식을 너무 고수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신비아파트’의 탄생을 보면서 의미있는 도전이었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구나 느껴요.”

애니 ‘신비아파트’ 기획, 제작 총괄한 바주카 스튜디오 석종서 국장. 그는 ‘신비아파트’시즌3이 보여준 기념비적 기록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또 다른 사명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사진 CJ ENM

■‘신비아파트’ 그 끝은 어디일까?

국내에서 ‘신비아파트’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의 시청률을 넘었고 아시아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호러 강국’ 태국에서는 핫 콘텐츠로 떠올랐다.

“태국에서는 지난해 11월 시즌1 방영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달부터는 시즌2가 전파를 타고 있어요. 태국 지상파 채널 GMN25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 중 시청률 1위에 올랐고 이는 일본 애니 ‘나루토’와 ‘짱구’를 제친 기록이에요.”

‘신비아파트’는 시즌3까지 오면서 수많은 귀신들을 등장시켰다. 소재가 바닥날 만도 하지 않을까? 석 국장은 현존하는 모든 귀신도감을 섭렵했다고 말한다.

“한 시즌을 기획할 때 보통 50마리의 귀신을 리서치해 깔아놓다보니 아직 고갈을 걱정할 때는 아니예요.(웃음) 그외 고전이나 신화, 구전으로 내려오는 귀신 이야기, 또 요즘 아이들이 새로 만든 귀신에 대한 관심을 늘 갖고 있어요.”

귀신이 갖고 있는 서사도 작품 내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라 ‘귀신 발굴’ 만큼 중요한 포인트다.

“‘귀신’이라는 판타지 요소는 현실과 거리가 있다보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주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귀신의 사연은 우리 주변에서 들려오는 사건사고를 차용하는데 이런 점이 시청자가 ‘신비아파트’를 공감해주는 이유인 것 같아요.”

이제 ‘신비아파트’의 시즌3 파트1이 끝났다. 석 국장은 ‘시즌 5’ 기획 일정이 나와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비아파트’가 언제까지 제작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현재는 오는 10월에 방영될 시즌3의 파트2를 제작 중이고 시즌4도 기획 중이에요. 또 시즌5도 하반기 기획에 들어갑니다. ‘언제까지 하겠다’라는 것보다 ‘본질과 초심을 버리지 말고 계속하자’는 고민만 있어요. ‘신비아파트’도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처럼 10년, 20년 이상 대를 이어 볼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개인적 목표 중 하나예요.”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