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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정후 “아빠 빠던보다 ‘박병호 내려놓기’가 더 멋있더라”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지난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지난해 최다 안타 2위였던 ‘야구천재’ 이정후(22·키움)가 올 시즌에는 장타력까지 장착했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경신했고, 6할이 넘는 장타율을 자랑하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홈 SK전에서 6-3으로 앞서던 8회 쐐기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올 시즌 7호인 이 홈런으로 이정후는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2017년 프로에 데뷔한 이정후는 지난해까지 3년간 각각 2홈런, 6홈런, 6홈런을 쳤다.

이정후는 “팬들과의 온라인 팬미팅에서 장난 삼아 ‘올해는 7홈런을 치겠다’고 했는데 진짜 7개를 쳤다”면서 “앞으로 나올 홈런은 보너스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데뷔 첫해 이정후는 179안타를 쳐 1994년 LG 김재현의 고졸 신인 최다 안타(134개), LG 서용빈의 신인 최다 안타(157개) 기록을 23년 만에 갈아치우는 돌풍을 일으켰다. 2018 시즌에도 이정후는 ‘2년차 징크스’ 없이 163안타를 생산했고, 지난헤엔 193안타를 치고 최다 안타 2위에 올랐다.

안타 생산력만큼은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았지만, 장타율은 지난 3시즌 동안 4할대에 머물러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22일 현재 2루타 1위(18개), 장타율 5위(0.638)다.

이정후는 “장타에 약점이 있다보니 신경을 쓰긴 했는데 굳이 약점을 고치려고 장점(고타율)을 버리고 싶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장타를 치려면 타율 깎이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고타율을 유지하면서 장타를 치는 선수들의 영상을 찾아보면서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주로 야나기타 유키(소프트뱅크)와 요시다 마사타카(오릭스)의 영상을 열심히 봤다. 그는 “공을 치고 나서의 동작들, 팔로스로를 좀 많이 보려고 했다. 강하게 치면서도 오버되지 않는 스윙을 하는 선수를 찾다보니 야나기타와 요시다의 영상을 매일 보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홈런을 치려고 폼이나 매커니즘을 바꾸는 게 아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매커니즘에서 강하게 치면서 좋은 타율을 유지하고 홈런도 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키움 이정후. 최희진 기자

이정후는 장타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 겨울 웨이트 트레이닝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고중량의 웨이트 트레이닝도 해봤는데 고중량 웨이트는 시즌 중에 한계가 있고, 무겁게 하다보니 부상 염려도 있다”며 “이택근 선배님이 좋은 트레이닝 방법을 알려줘서 그 방법대로 올 시즌을 준비했다. 그게 나한테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7호 홈런을 치고 나서 배트를 높이, 멀리 던지는 화려한 배트 플립(‘빠던’)을 선보였다.

그는 “좋은 타구가 나와서 나도 모르게 나온 동작이었다. 영상으로 보니까 멋있더라”며 웃었다. 그는 “아빠(이종범)가 선수 시절 ‘빠던’을 멋있게 했다”며 “아빠에게 내 빠던도 괜찮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아빠가 ‘넌 아직 멀었다’고 하시더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정후는 아버지를 따라잡기 위해 ‘빠던’ 실력을 갈고닦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사실 빠던은 하고 싶지 않다.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한다”면서 “빠던하는 것보다 박병호 선배님처럼 홈런 치고 당연하다는 듯이 배트를 조용히 내려놓고 뛰는 게 더 멋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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