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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현장] 사과만 반복하고 반성은 애매한 강정호의 ‘기브 앤 테이크’

3차례 음주운전 적발에도 한국 프로야구 복귀를 원하는 강정호가 23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강정호에게 지난달 25일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바 있다. 2020.06.23 / 이석우 기자

강정호(33)는 검은 양복 상하의를 입었다. 검은 마스크를 쓴 채 성큼성큼 걸어 기자회견장에 입장했다. 여전히 큰 덩치로 서서,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23일 오후 서울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강정호 기자회견의 공식 명칭은 ‘강정호 기자회견’이었다. 사과 기자회견도, KBO리그 복귀 희망 기자회견도 아니었다.

강정호 기자회견은 ‘사과문’을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마스크를 벗으면서 자리에 앉은 강정호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강정호입니다. 일단 제가 워낙 말주변이 없어서, 생각한 말들을 제대로 전하지 못할 것 같아 미리 사과문을 써 왔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어 긴 사과문의 낭독이 이어졌다. 죄송하고, 바뀔 것이고, 봉사할 것이라는 말들이 겹치며 이어졌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 미안했고, 앞으로도 미안해 할 것이라는 말도 앞의 말을 따라가며 덮었다.

사과는 잘못에 대한 인정과 반성에서 나온다. 반성이란, 자신의 행위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강정호의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과는 많았지만, 반성은 뚜렷하지 않았다. 스스로에 대한 자책도, 변하겠다는 의지와 방향도 드러났지만 이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과가 공허한 것은 반성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바칠 각오가 돼 있고, 비난을 감당하며 묵묵하게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단어 없이 전부 수사에 머물렀다. “도미니카에서 선교사님 만나 정말 많은 회개를 했다”는 대목에서도 의지만 드러났다. 모든 타자는 타석에서 안타를 때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들어선다.

3차례 음주운전 적발에도 한국 프로야구 복귀를 원하는 강정호가 23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사과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석우 기자

강정호는 이날 어린이와 유소년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자신이 잘못 걸어온 길을 누구도 따라오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이지만 이는 KBO리그 복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오히려 유소년 야구팬들로 하여금 “야구와 인생을 가르쳐줄테니 나를 용서해달라”는 강요처럼 비춰져 보는 이는 더 불편할 수 있다.

강정호가 되고 싶은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물었다. “지금까지 이기적으로 살아온 것 같다. 앞으로는 주위 모든 분들에게 배려하면서 보답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사는 게 좋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키움 히어로즈가 강정호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강정호는 “정으로 받아달라고 하고 싶지 않다. 키움이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개의 대답에서 여전히 강정호에게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로 보이는 듯 해 뒷맛이 더욱 씁쓸했다. 강정호가 원하는대로, 혹은 키움이 더 원해서 그가 KBO리그에 돌아온다면, 강정호는 무엇을 ‘기브’하고, 야구팬들은 뭘 ‘테이크’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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