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 배우 박해진 “나도 꼰대 경계선, 늘 자가체크 한다”

MBC 수목극 ‘꼰대인턴’으로 코믹 연기의 가능성을 보여준 배우 박해진. 사진 마운틴무브먼트

박해진의 또다른 얼굴을 만났다.

박해진은 MBC 수목극 ‘꼰대인턴’의 ‘가열찬’ 역을 맡아,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냉미남’ 이미지인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지질하고 코믹 연기도 어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꼰대’ 부장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그는, 부장 자리에 올라 스스로 ‘꼰대’가 되어 가게된다는 캐릭터를 선보였다. 데뷔 14년차인 박해진도 스스로 ‘꼰대 경계선에 서 있다’고 말한다.

MBC 수목극 ‘꼰대인턴’으로 코믹 연기의 가능성을 보여준 배우 박해진. 사진 마운틴무브먼트

■맏형으로 임했던 ‘꼰대인턴’ 현장

마지막 촬영 현장은 눈물바다였다. ‘꼰대’ 없는 ‘꼰대인턴’의 현장은 배우 김응수부터 신인 배우들까지 신구가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곳이었다.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나이 어린 배우나 스태프들이 울어서 ‘뭘 우니’라고 했지만 저도 김응수 선배님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에 이어 감정을 삼키며 ‘행복했다’고 하는 마지막 한 마디에 울컥하더라구요.”

나이와 성별을 초월한 김응수와 박해진의 케미스트리는 완벽했다. 함께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두 배우였다.

“처음 뵀을 때부터 그랬어요. 첫 만남에서 불편하거나 어색한 감정이 없더라구요. 지내는 동안 더 편해지다보니 스스럼없이 선배님의 배를 만지며 ‘오늘은 뭘 드셨기에 이렇게 배가 나왔어요?’라는 농담을 건넬 정도였어요. 이런 경험을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배우들간 사이도 좋았어요.”

박해진은 현장에서 선배와 후배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다. 국민 ‘연하남’으로 시작한 그의 연기 경력이 벌써 14년이 됐다.

“워낙 스스럼 없는 현장이었지만 혹여 후배가 선배님에게 말씀드릴 일이 있으면 가교 역할을 했어요. 김응수 선배님이 간혹 장난으로 버럭하면 모르는 친구들은 쫄거든요. 그럴 때면 저는 팔짱끼고 보면서 티 내지 않고 후배들을 뒷받침했어요. 사실 저 스스로도 ‘꼰대가 되어 간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서 굉장히 조심해요.”

그는 후배들에게 말 한 마디를 건네기 전에 습관적으로 ‘꼰대 자가 체크’를 한단다. 자신이 ‘꼰대 경계선’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 때는…’하려다가 툭 멈춰요. 또 이름을 묻지 않고 편하다고 ‘야!’하고 부르면 그 시점에서 끝난 거죠. 조심하려고 생각을 많이 해요. 실제로 겁도 많고 쫄보거든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상처받거나 어디가서 나를 씹지 않을까?’ 그런 고민들이 앞서게 되죠. 정말 조언을 구해서 ‘꼰대’ 같은 말을 듣고자하는 분이 아니면 절대 나서지 않아요.”

그는 인터뷰 중 ‘꼰대’의 정의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람, 의견이 다를 뿐인데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박해진은 “수상에 연연하기 보다 시청자가 공감하고 사랑받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차기작 ‘크라임퍼즐’로 대중과 만날 예정. 사진 마운틴무브먼트

■소처럼 일하는 이유

박해진은 올해만 해도 드라마 ‘포레스트’, ‘꼰대인턴’ 그리고 쉬지 않고 ‘크라임퍼즐’의 주인공을 맡아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며 쉼없이 달리고 있다. ‘소처럼 일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쉬고 싶은 생각은 늘 있지만 반대로 일이 하고 싶을 때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일이 들어오면 하게 돼요. 번아웃 증후군 느낌도 있죠. 그때마다 ‘놀면 뭐하나?’라는 생각을 해요. 노느니 일 한다는 생각도 있고 일하는 중간에 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요. 현장이든 취미생활이든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하려고 해요.”

그는 ‘꼰대인턴’을 통해 코믹이 가능한 배우로 인정받았다. 스스로도 확신이 생겼다.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꼰대인턴’을 통해 코믹 연기에 대한 확신이 생겼죠. 내가 어떤 연기를 하거나 리액션을 할 때 시청자들이 좋아해준다는 것에 대한 감을 알았어요.”

그가 자신의 드라마를 모니터할 때는 실시간 드라마 ‘라이브톡’을 함께 보는 것이 기본 자세다.

“드라마를 보다가도 중간 광고가 나올때 라이브톡을 자주 봐요. 워낙 요즘 시청자들은 재미있게 말씀해줘서 ‘누군가는 내 연기를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니, 앞으로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그런 반응들이 매회 쌓여서 캐릭터가 되다보니 시청자 반응을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꼰대 인턴’은 수목극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침체기에 빠진 MBC 드라마에 한 줄기 빛을 드리웠다.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의 수상도 기대해볼 만하다. 게다가 드라마팬들은 김응수-박해진의 베스트 커플상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베스트 커플상을 준다면 감사하죠. 남남 커플 주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생각해보니 커플상을 받은 지 10년은 넘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수상을 기대하진 않아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요. 상에 연연한다는 건 목적의식이 있다는 건데 저는 상을 받기 위해 연기하지 않아요.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주고 사랑받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요.”

박해진은 차기작으로 ‘크라임퍼즐’을 일찌감치 정해놓았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사이코패스 기질을 지닌 범죄심리학자 ‘한승민’으로 분한다. 그의 또다른 얼굴을 확인할 때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