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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상반기결산] ‘기생충’이 쏘아올린 희망, ‘코로나19’에 가려졌다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접수한 한진원 작가와 봉준호 감독.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기생충’의 기적이 ‘코로나19’란 변수에 가려져 버렸다.

영화계의 2020 상반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혹독한 시간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가는 얼어붙었고, 현장 속 카메라들도 잠시 멈춰야만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고민 끝에 6000원 관람할인권 제도를 시행했지만, 영화 산업이 이전처럼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기생충’ 봉준호가 울린 팡파레

시작은 좋았다. 지난 2월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기생충’이 보수적 성향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제패하면서 국내 영화계는 들썩였다.

한국영화로는 최초의 아카데미 수상이며, 비영어권 영화로선 최초의 작품상 수상이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극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등 4관왕의 쾌거를 이룬 봉준호 감독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봉하이브’란 신드롬까지 일으켰다.

봉준호 감독의 기적은 지난해 5월 제72회 칸국제영화제서부터 시작됐다. 최고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제77회 골든글로브 등 북미 유수 영화제를 석권했다.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접수하며 화려한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국내에선 ‘기생충’ 흑백판 특별 상영까지 기획되며 달궈진 인기를 이어나갈 참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극장가는 우왕좌왕

2월 중순 우려만 하던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중국발 코로나19가 국내에 퍼지기 시작하더니 그 상황이 ‘심각단계’로 격상됐다. 추이를 지켜보며 개봉일을 한차례 연기했던 ‘정직한 후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극장에 간판을 걸었지만, 공포감을 이기지 못한 관객들이 극장에 발을 끊어 이름값을 제대로 해내질 못했다.

3월 개봉작들은 연달아 개봉 시기를 미뤘다. 이제훈·안재홍 주연의 ‘사냥의 시간’, 박신혜·전종서의 ‘콜’, 송지효·김무열의 ‘침입자’, 신혜선·배종옥의 ‘결백’ 등은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기로 했고, 두달여나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저마다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침입자’ ‘결백’은 결국 6월이 되어서야 개봉하게 되었고, ‘콜’은 연말로 무기한 연기됐다.

이 와중에 ‘사냥의 시간’은 판권 관련 소송에도 휘말렸다.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쳐스가 ‘사냥의 시간’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서비스인 넷플릭스에 팔기로 한 과정에서 해외 판매를 맡은 콘텐츠판다 측과 상영금지가처분을 놓고 맞붙은 것이다. 다행히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해 넷플릭스 상영이 가능해졌지만, 작품에 흠집이 간 건 지울 수 없었다.

극장 관객수는 날이 갈수록 바닥을 찍었다. 3월 총 관람객수 183만4725명, 4월 97만2576명, 5월152만2649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약 90% 이상 하락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4월엔 1333만8963명이 극장을 찾았고 매출액도 1131억원에 달했지만, 올 4월엔 단 75억원의 매출을 얻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앞으로 전망도 그리 밝진 않다.

■해외 일정 줄줄이 취소…올스톱된 촬영장, 재개의 움직임이

영화 제작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가 빗장을 걸어버리면서 해외 로케이션 일정이 줄줄이 취소됐다.

송중기가 주연인 ‘보고타’는 지난 1월부터 콜롬비아에서 해외 촬영을 진행 중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팬데믹에 3월 급히 귀국해야만 했다. 촬영 분량의 50%밖에 못 마친 상태에서 국내로 들어왔지만 다시 나갈 수 있는 길은 막혀버렸다.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제작진은 결국 올해 촬영은 접고 내년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피랍’ ‘수리남’도 다를 게 없다. 모로코에서 촬영하려던 ‘피랍’은 내년에 촬영하는 것으로 정리됐고, 중남미에서 촬영하려던 ‘수리남’도 제작 일정이 중단됐다. 임순례 감독의 신작 ‘교섭’ 역시 3월 요르단에서 촬영하려 했으나 출국길이 막혀 국내 촬영분만 일단 소화했다. 그러나 다행히 상황이 한결 나아진 요르단에서 문을 열어주며 이번달부터 촬영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비대면 영화제 형식을 결정한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포스터.

■온라인 영화제로 탈바꿈…하반기 영화계는?

국내외 영화제들은 개최 일정이 대거 취소됐고, 대개는 온라인 비대면 방식을 택했다. 우선 세계3대 영화제인 칸국제영화제는 5월 개최를 미루고 공식 초청작만 공개했다. ‘온라인 개최는 없다’고 단언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추후 열릴 다른 영화제와 협업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도 내년 2월28일 개최예정일을 4월25일로 미루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늘 국내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던 전주국제영화제도 이번엔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지난 5월28일부터 6월6일까지 국내 OTT 웨이브와 함께 첫 무관객 온라인 영화제를 실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6월7일 폐막한 제8회 무주산골영화제나 미쟝센단편영화제도 온라인 상영을 결정했고, 오는 9일부터 열리는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또 다른 OTT 왓챠와 손잡고 비대면 영화제를 진행한다.

하반기 영화계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향후 전망에 대해 그리 낙관적이진 않다. 여름 성수기 라인업으로 연상호 감독의 ‘반도’,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2: 정상회담’, 황정민·이정재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쟁쟁한 작품들로 채워졌지만, 흥행을 기대하기 보다는 손익분기점까지라도 다다를 수 있길 바라는 분위기다. 게다가 올 가을 전세계적으로 제2차 팬데믹이 올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면서, 관계자들도 미리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 관계자는 ‘스포츠경향’에 “영화 산업이 적어도 1~2년간 매우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투자·배급사도 섣불리 콘텐츠 개발에 나서기 보다는 위험도를 줄이고자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에, 스타 감독이 아닌 신인·중견 감독들의 제작 활동은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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