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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미니인터뷰] 5년 만에 번트 댄 김태균 “이기려고 한 건데, 나 때문에 졌다”

한화 김태균(오른쪽)이 최원호 감독대행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연합뉴스

꼭 이겨보고자 안 하던 번트까지 댔지만 결국 지고 말았다. 5년 만에 희생번트를 기록한 김태균(38·한화)이 “나 때문에 졌다”며 미안해했다.

김태균은 지난 1일 광주 KIA전에서 번트를 시도했다. 0-1로 뒤지던 4회초 무사 1·2루에서 KIA 선발 임기영의 초구에 주저없이 번트를 댔다. 투수 앞으로 아주 잘 댄 희생번트에 두 명의 주자가 진루해 1사 2·3루가 됐고 이어진 최인호의 희생플라이와 송광민의 적시타로 한화는 2-1로 역전할 수 있었다.

늘 한화 중심타선의 상징인 장타자 김태균의 번트는 흔히 볼 수 없는 진귀한 장면이다. 김태균이 번트를 댄 것은 2015년 8월27일 마산 NC전 이후 무려 5년 만이었다. 2001년 데뷔 이후 19년 동안 6개밖에 없던 희생번트를 대자 한화 더그아웃에서도 모두가 놀라 술렁대는 모습이 생중계 화면을 통해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태균은 2일 “어제는 꼭 이기고 싶었다. (장)시환이가 꼭 승리를 했으면 싶었다. 잘 던지는데 계속 승리가 없고 어제는 정말 너무 잘 던져서 꼭 이겨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처음부터 번트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는데 타석에 들어간 다음 그렇게 됐다. 지금 내 (타격감) 상태가 좋지도 않은데 한 점을 꼭 내야 한다는 생각에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한화 선발 장시환은 앞선 2경기 연속 5이닝 2실점 이내로 호투했으나 승리하지 못하고 올시즌 1승4패에 머물러있다. 꾸준히 타점을 올리던 김태균은 앞서 6월27~28일 KT전에서는 7타수1안타에 그쳤다. 이날도 1회초 1사 1·2루에서 김태균은 병살타를 치는 바람에 득점 기회를 놓쳤다. 마운드 상황을 보니 1점 싸움, 꼭 이기고 싶은 경기에서 중요한 득점 기회에 두번째 타석을 맞자 김태균은 스스로 번트를 택한 것이다.

덕분에 한화는 역전했지만 이후 추가 득점 기회에서 점수를 내지 못했고 경기 막바지에 동점을 내준 끝에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역전패 당했다. 장시환은 데뷔후 처음으로 7이닝을 던져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결국 승리하지 못했다. 이날 결국 안타를 치지 못했던 김태균은 “한 점 싸움에서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결국 나 때문에 졌다”며 장시환과 팀에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4번 타자 김태균이 오랜만에 시도한 자발적인 번트는 한화 팀 분위기에 있어서도 상당한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김태균 같이 타선에 영향을 크게 주는 선수가 자기 한 타석을 희생하면서 주자를 보내는 모습은 팀을 위한 희생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결국 쳐야 될 선수는 따로 있기 때문에 타순이라는 게 있다. 좋지 않게 보려면, 중심타자가 뒷 타자에게 미뤘다고 볼 수도 있다”며 “개인적으로 나는 어제 상황에 대해 김태균이 한 타석을 희생하고 득점을 올리려는 노력으로 봤다”고 말했다.

물론 중심타자의 번트가 자주 나와서는 안 된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나도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번트 동작만 하는 줄 알았다. 희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 역시 말로는 ‘니가 번트 대면 누가 치냐’고도 했다. 번트는 어제로 만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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