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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남자, 브라이언 리 “형 위해 같은 셔츠, 머리도 안 깎아”

토론토 류현진이 지난 2월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에서 시작된 스프링캠프 첫 공식 훈련에서 찰리 몬토요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펜피칭 하고 있다. 류현진의 통역 브라이언 리(가운데)는 류현진이 있는 곳에 항상 함께 있다. | 김은진 기자

류현진(33·토론토)이 오랜 플로리다 임시 캠프 생활을 떠나 토론토의 홈구장 로저스 센터에 도착했다. 지난 2월 플로리다 더니든에서 시작된 스프링캠프가 7월초까지 지루하게 계속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류현진 뿐만 아니라 류현진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류현진의 남자’ 브라이언 리(28·한국명 이종민)도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지난 5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은)형이나 다름없다. 현진이 형과 진짜 오래 붙어 있는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가 코로나19로 지난 3월 중단됐지만 류현진은 갈 곳이 없었다. 캐나다의 해외국적 입국 불허로 홈구장에도 가지 못했고,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어려웠다. 몇몇 선수들과 함께 캠프지인 더니든 구장에 남아 하염없기 기다리는 일이 계속됐다. 이씨는 “피칭 훈련은 1주일에 두 번 정도였지만 내내 캠프 훈련장에 함께 였다. 다른 훈련도 있고, 무엇보다 (캠프 및 시즌 재개 관련해) 돌아가는 상황을 알려줘야 했다”고 말했다.

류현진 사단은 김병곤 트레이닝 코치와 이씨 등 ‘3인조’다. 이씨는 “현진이형 집에서 함께 어울리는 시간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형수님이 요리를 진짜 잘 하신다. 모여서 밥 먹고 한국 예능도 보고 그런다”고 말했다.

물론 통역은 어려운 일이다. 개인 시간도 부족하다. 이씨는 “다저스 시절에는 데이트 할 시간이 없었다. 여자친구에게 ‘미안해, 류현진과 함께 있어야 해서’라고 변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더 힘든 것은 야구의 미묘한 뉘앙스를 전달하는 일이다. 이씨는 “프로 레벨의 선수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이면의 뜻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저스 시절, 의도치 않은 오역도 있었다. 밀워키 크리스티안 옐리치와의 대결,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홈런을 피할 수 있게 높게 던져라”라고 했고 이를 이씨가 류현진에게 전달했다. 허니컷 코치는 스트라이크 존 바깥으로 더 높게 던지라는 뜻이었는데, 통역 과정에서 류현진이 스트라이크 존 높은 코스를 공략하라고 이해했다. 옐리치는 그 공을 때려 홈런을 만들었다. 이씨는 “숨은 뜻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자칫 그 한 마디가 승패를 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함께 지내다보니, ‘징크스’도 공유한다. 이씨는 “현진이 형이 잘 던지면, 그때 입었던 옷을 또 입는다. 2019년에는 거의 모든 경기 잘 던져서, 던질 때마다 같은 옷을 입었던 것 같다. 그때 사진 보면 나는 매번 회색 셔츠, 현진이 형은 검은 셔츠만 입고 있다”며 “한 번은 둘이 머리도 못 깎고 기른 적이 있었다. 깎으면 못 던지게 될까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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