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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면 된다’ 맨체스터 시티의 나쁜 선례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 | 게티이미지코리아

유럽축구연맹(UEFA)이 공정한 승부를 위해 2011년 도입한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룰에 사실상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감추면 된다’는 나쁜 선례를 만든 탓이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은 14일 “맨시티는 유럽 무대에서 우승컵은 들어올린 적이 없지만, 그것보다 큰 기적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스포츠중재판소(CAS)가 지난 13일 UEFA가 FFP 룰 위반으로 맨시티에 내린 두 시즌 유럽축구대항전 참가 금지 징계를 뒤집은 것을 비꼰 것이다. CAS는 “맨시티는 스폰서 수익을 조작하지 않았으며 UEFA에 협조하지 않은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CAS의 판결은 징계가 내려진 절차만 강조한 나머지 또 다른 가치인 공정성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맨시티는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아부다비 왕가에서 직접 지원받은 5050만 파운드(약 763억원)를 후원 계약으로 포장해 FFP 룰을 위반했다. 이 사실은 축구 폭로매체 ‘풋볼리크스’가 맨시티 이메일을 해킹으로 취득한 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UEFA도 이 자료를 바탕으로 맨시티에 강력한 징계를 내렸으나 맨시티의 항소에 ‘없던 일’로 돌아가게 됐다. 맨시티는 UEFA의 징계를 미리 예측한 뒤 CAS 항소를 준비해 ‘협조하지 않은 죄’로 벌금 1000만 유로(약 151억원)만 냈을 뿐이다. 맨시티가 원래 징계대로 두 시즌간 유럽축구대항전에 참가하지 못했다면 2억 파운드(약 302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승리다.

맨시티의 승리는 향후 신흥갑부 구단들에게 ‘벌어들인 돈 만큼 쓰는 게 아니라 마음껏 쓰고 감추라’는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가 포함된 거대 투자 그룹의 손으로 넘어간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그 선봉장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던 ‘미친 여름’이 올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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