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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성택 본부장, 베팅산업 건전화 ‘온라인 베팅’이 답이다

김성택 기금조성총괄본부장

코로나19로 세상의 많은 것이 변했다. 그런 변화 속에서 고통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륜·경정을 비롯해 경마와 소싸움 등 베팅산업 선수와 종사자들도 그중 하나다. 개인사업자인 이들은 5개월여 동안 경주가 중단되는 바람에 ‘수입 0원’을 기록하고 있다. 고객의 베팅액 중 일정부분이 수입이 되는 구조인 만큼 경기장에 고객이 오지 않으면 이들은 더 이상 생활을 끌어 갈 수 없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기금조성총괄본부가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경륜·경정 시범경주를 시행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단이 출혈을 감수하면서라도 장기간 휴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륜·경정 선수의 소득을 보전하고, 앞으로 안정적인 재개장을 위해 영업장을 점검하는 차원에서다.

이런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륜·경정을 비롯해 경마와 소싸움 등 국가의 관리 속에 이뤄지는 합법적 베팅산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 속에서 베팅도 온라인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 특히 온라인 베팅은 미성년자의 구매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물론 소액 참여로 베팅산업의 건전화를 유도하는 등 장점이 많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향후 외국 중계를 통한 해외사업화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에 최근 취임한 김성택 국민체육진흥공단 기금조성총괄본부장을 만나 온라인 베팅과 관련한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먼저 취임을 축하한다. 취임 소감은….

△힘든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부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 공단은 출범 이후 발전이 행보를 멈춘 적이 없다. 이사장님을 필두로 전 직원이 지혜를 모아 지금의 난국을 헤쳐 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행보에 힘을 보태려 한다.

-공단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우리 공단은 88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이듬해 출범했다. 올림픽을 통해 거둔 수익을 활용해 대한민국의 체육을 진흥하고 국민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동안 공단의 주요 성과는.

△공단은 지난 30여 년 동안 ‘기적’으로 불릴 만큼 큰 성장을 이뤘다. 3521억 원(잉여금 3110억 원+체육진흥재단 승계금 411억 원)의 기금으로 출발했지만 경륜·경정·스포츠토토 등의 기금조성사업을 통해 2018년 말까지 15조1040억 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생활체육·엘리트체육·장애인체육을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를 지원하며, 우리나라 체육재정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스포츠복지 중심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우리나라 체육재정의 90%를 담당한다니 놀랍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로 경륜·경정이 중단되고 스포츠토토도 많이 위축돼 올해는 기금조성이 쉽지 않을 듯하다.

△그렇다. 기금조성을 못 하는 것은 물론 선수들과 관계자를 비롯해 경륜·경정장 및 스피존 이웃 점포주와 스포츠토토 판매점주 등은 생계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공단이 지난 17일부터 시범 경주를 시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하루빨리 정상 운영의 토대를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고, 앞으로 다른 전염병이 발샐할 위험도 상존해 있다는 점 아닌가.

△맞는 소리다. 따라서 경륜이나 경정은 물론이고 경마와 소싸움 등 고객이 경주장 또는 화상중계 지점에 와서 직접 베팅을 하는 지금의 방법은 변화해야 한다. 그래야 베팅산업 자체가 유지되고, 이를 통해 체육기금과 농·어촌기금도 마련할 수 있다.

-베팅 방법의 변화란….

△비대면 베팅, 즉 온라인 베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베팅을 하게 되면 도박성이 강해질 우려가 크지 않나.

△아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는 물론이고 가까운 일본과 홍콩 등에서는 경륜·경정·경마 같은 스포츠 경주류의 온라인 베팅을 허용하고 있다. 온라인 베팅을 불허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들 나라가 온라인 베팅을 허용하는 것은 소액 베팅을 유도하고, 베팅 횟수 제한으로 중독을 예방하며, 미성년자의 베팅을 금지시키는 등의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에서 어린이 등 미성년자들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로 접속해 문제가 되곤 한다. 베팅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나.

△게임과 베팅은 환경이 다르다. 게임은 즐기는 것으로 끝나지만, 베팅은 금전 출납과 연계돼야 한다. 금융실명제가 확고하게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미성년자들의 참여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 오히려 지금처럼 매장에서 경주권을 파는 방식이 미성년자의 베팅을 막기 힘들다. 경마 등 다른 베팅 종목이나 복권도 마찬가지다. 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복권은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데, 경주권은 온라인 구매가 불가능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그 외에 온라인 베팅이 좋은 점은 무엇인가.

△불법베팅을 줄일 수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소 등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의 불법베팅 규모는 약 81조5000억 원에 이른다. 합법베팅 시장보다 7~8배 크다. 이중 온라인 도박이 54조5000억원으로 66.8%를 차지한다. 사람들이 불법인 줄 알면서도 온라인 베팅을 하는 것은 편리함 때문이다. 집이나 사무실 등 자신만의 공간에서 편히 앉아 인터넷을 통해 경주실황을 보며 베팅을 하고, 배당금도 바로바로 계좌로 받는다. 반면 합법베팅에 참여하려면 먼 거리를 달려가야 하고, 매번 길게 줄을 서서 경주권을 사고, 예상이 적중하면 다시 줄을 서서 환급을 받아야 한다. 불편하기 짝이 없다.

-공단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가.

△아니다. 불법베팅을 하다가 적발된 사람들을 추궁하면 그들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단속에 가슴을 졸이고, 단속에 걸리면 계좌이체 통장에 넣어놓은 모든 돈을 날리고 처벌까지 받는데, 불법베팅을 좋아할 리가 있나. 하지만 합법베팅을 할 수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불법베팅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는 게 단속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그럼 온라인 베팅은 어느 정도 선이 적당하다고 보나.

△현재 오프라인에서 경륜·경정을 비롯해 경마와 소싸움 등의 베팅은 100원부터 10만원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국민들 다수가 베팅산업의 도박성을 염려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온라인 베팅 금액은 오프라인보다 크게 낮출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면 베팅을 즐기는 고객들이 불법베팅의 불안에서 벗어나 합법베팅으로 돌아오고, 이를 통해 더 많은 기금이 조성돼 다시 사회로 환원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얘기를 들어 보니 온라인 베팅이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 공단처럼 합법베팅을 하는 마사회·우사회와 발을 맞춰 관련법 개정을 통해 온라인 베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되, 합법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의 베팅 과몰입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일에도 공단 차원에서 각별히 신경 쓸 요량이다. 우리 공단은 우리나라의 체육진흥과 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건전한 베팅은 이를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코로나19 이후 베팅산업은?

경륜·경정 선수들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약 560명의 경륜선수와 약 150명의 경정선수들은 경주중단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지난 5개월 동안 경주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단과 연봉계약을 맺고 월급을 받는 야구·축구·농구 등의 스포츠 종목과 달리 경륜·경정·경마 등 베팅산업의 선수들은 고객의 베팅액 중 얼마를 상금 또는 출전료로 받는 개인사업자다. 따라서 경주가 열리지 않으면 수입도 없다. 이 때문에 현재 경륜·경정 선수 중에는 건설현장을 찾거나 대리운전 등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버티며 출전을 준비하는 선수도 있다고 경륜선수회 관계자는 전한다.

경주가 중단되면서 체육진흥을 위한 기금 조성도 힘들어졌다. 마사회의 축산발전기금 등도 지금으로는 마련할 길이 없다.

관련 산업계도 붕괴 직전이다. 특히 경주마와 씨름소 생산농가 등은 언제 정상적인 경기가 치러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한숨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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